최근 레슬링 선수 영입비를 가로챈 감독이 검찰에 구속됐다. 전북도청에서 지급하는 영입비를 부풀려 따내 이중 25~30% 정도를 가로채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사례는 단순 사건으로 처리됐지만 최근 전북의 한 팀에 영입된 선수가 뉴시스에 밝힌 또 다른 갈취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레슬링뿐만 아니라 상당수 종목에서 감독들이 '검은 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이 선수의 주장이다.
뉴시스는 이 폭로를 토대로 검은 돈의 생성과 흐름을 두 번의 기획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3회째 보도에서는 저임금 속에 성적을 올려야 하는 체육 지도자들의 처지와 이를 이유로 음성적 관행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편집자주>
① '선수 영입비' 감독들이 꿀꺽
② 감독만 먹었나? 구조적인 로비-상납 의혹
③ 체육계 침묵 속 관행, 그들은 왜 입을 닫는가?
최근 스포츠 지도자의 구속 사건과 뉴시스 보도로 밝혀진 체육계 지도자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
모 단체 소속의 지도자 A씨의 연봉은 3500만원이다. A씨는 이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본인과 팀과 관련된 각종 경비를 지출해야 한다. 물론 활동비 명목으로 일종의 지원금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지도자들이 횡령과 착복의 유혹을 느끼는 건 무엇보다도 이처럼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며, 저조한 성적도 부가적인 이유가 된다.
A씨는 매년 소속 단체와 재계약을 해야 한다. 단연 가장 강조되는 것은 성적이다. 특히 전국체육대회에서의 성적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지도자들은 전국체전을 비롯한 각종 메이저급 대회의 성적에 목을 맨다.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재계약을 성사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팀을 유지하기 위한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팀 유지 경비가 부족하다 보니 우수 선수 영입은 가뭄에 콩 나는 식이 되기 일쑤다. 이렇게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성적은 하향곡선을 그리기 마련이다.
얼마 전 A경기단체 전무이사는 전국대회를 앞두고 일반부 출전 '불가' 방침을 통보받았다. 이 종목에선 결국 일반부를 제외하고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일반부 선수 출전 불가의 이유는 다름 아닌 '예산' 때문이었다.
예산이 없어 출전도 못하는데 우수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결국 그만그만한 선수를 영입해 명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과적으로 지도자들은 낮은 임금과 부족한 운영비, 성적에 대한 부담이란 삼중고를 동시에 떠안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폭로한 A선수의 주장처럼 영입비 착복 등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실업팀에 비교해 대학 지도자의 처지는 어떨까.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지만 성적이 잘 나오고,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의 처지는 처절할 정도다.
대학 감독 B씨는 월 평균 150만원 정도의 돈을 받는다. 대학에서는 선수를 영입할 때 숙식 제공 등을 기본적으로 내세우지만, 이마저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지도자의 주머니 형편에 맞춰 각종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부정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B씨는 "돈만 많이 있다면 아쉬울 것이 뭐가 있겠어요. 쥐꼬리만한 지원에다 모든 부담은 지도자가 떠안아야 하니까 문제가 발생하지요. 상당수 지도자들이 먹고 살기 위해 다른 길을 찾고, 부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렇다면 체육계에서 침묵 속의 관행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일은 왜 바깥 세계로 새나오지 않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선수들도 지도자들이 왜 검은 돈을 만들고, 이 돈에 손을 대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지도자들이 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평생 운동을 하면서 맺어온 인연 때문이다. 선수 생활을 그만 두면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고,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종목과 관계된 일을 할 가능성이 많다. 정말로 악질적인 지도자가 아니라면 '좋은 게 좋은 것이다'는 관행이 일반화돼 있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음성적인 현상이 너무나 관행화 돼 있는 것도 문제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대부분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생각과 예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처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검은 거래를 눈감아 주는 관행은 지양돼야 한다. 특히 먹고 살만큼 처우를 보장해주고 있는 팀에서의 음성적 관행은 뿌리 뽑아야 할 대상이다.
또 기획보도 1~2회에서 한 선수의 폭로를 바탕으로 지적했듯이 부정적 관행을 악습으로 이어가고 있는 단체와 인사에 대해서는 엄단이 필요하다.
체육계가 바로 서고 선수와 지도자들이 흘린 땀방울이 진정한 찬사로 돌아가기 위해서 경종을 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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