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책 없다' 말할 수는 없다, 부동산은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

칼럼일반 / 편집국 기자 / 2025-12-21 01:47:00
-대출 봉쇄가 남긴 전세·매매 시장의 조용한 붕괴
-집값보다 무서운 것은 미래 세대의 좌절이다


 2025년의 끝자락, 달력은 이제 열흘 남짓 남은 2026년을 가리키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규제 두 번, 공급 한 번. 정부는 ‘균형’을 말하지만 현장은 ‘막힘’을 말한다. 대통령조차 뚜렷한 해법을 내놓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진 지금, 그럼에도 정책은 멈출 수 없다는 데는 여야와 시장, 전문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부동산은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을 결정짓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고강도 규제는 익숙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규제가 집값을 잡기보다는 오히려 자극했던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이번에도 시장은 규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자 전세 물건이 급감했고, 매매 시장마저 숨을 죽였다. 갭투자를 막겠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그 여파는 실수요자에게 먼저 닿고 있다.

 

문제는 규제의 강도가 ‘역대급’이라는 데 있다. 6·27 대책에 이어 10·15 대책이 예고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은 작년이나 올해 상반기 대비 최소 3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결과는 명확하다. 더 나은 지역,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가 끊긴다. 상급지를 향한 이동이 막히면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사를 포기하거나, 불가피할 경우 주거 수준을 낮춘다. 신축을 꿈꾸던 이들이 구축으로, 아파트에서 빌라로 내려간다. 시장의 거래 통계에는 잘 잡히지 않지만, 삶의 질이 조용히 후퇴하는 순간이다.

 

전문가들은 2026년 주택시장을 ‘거래는 줄고 가격은 버티는 시장’으로 진단한다. 입주 물량은 줄어들고, 봄 이사철을 앞둔 전세 시장에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돈다. 이런 경고성 예측은 과거에도 번번이 현실이 됐다. 정책의 의도와 달리 시장은 더 경직되고, 그 부담은 결국 젊은 세대와 무주택자에게 돌아갔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대책이 없다”는 말은 가장 쉬운 변명이지만, 가장 무책임한 태도이기도 하다. 부동산 정책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장기 설계여야 한다. 소수의 자산가를 겨냥한 상징적 규제가 아니라, 다수의 미래 세대가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방향이어야 한다. 공급은 숫자가 아니라 시간과 위치의 문제이고, 규제는 의지가 아니라 정밀함의 문제다.

 

 정부는 정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국민 역시 정책의 방향을 냉정하게 요구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잡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함께 살겠다’는 청사진이다. 집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이동의 사다리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시장, 미래 세대가 이 땅을 떠나지 않고 살아낼 수 있는 구조. 2026년을 앞둔 지금, 부동산 정책은 다시 그 출발선에 서야 한다. 정책은 실패할 수 있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 대가는 언제나 다음 세대가 치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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