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현대차그룹 지분 팔고 손 뗀듯

기업일반 / 최용민 / 2020-01-23 09:22:06
현대차그룹 한 숨 돌리고 중장기 계획에 박차 가할 듯

▲현대기아차 본사. [제공=현대차]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분을 처분하고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그동안 엘리엇이 보여온 공격적 주식 매입과 경영권 간섭에서 현대그룹은 한 숨을 돌리게 됐다.

 

23일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해 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엘리엇이 가장 최근에 밝힌 지분 규모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각각 3.0%, 2.6%, 2.1%. 10억달러(11000억원)를 투입해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 주식을 매입하고 경영 참여를 선언한 지 20개월 만이다.

 

엘리엇은 20184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보통주 10억달러어치(당시 1500억원 상당)를 갖고 있다고 나서며 한국 재계의 큰 위협으로 등장했다. 엘리엇은 다음 달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어 임시 주총 취소를 끌어냈다. 그러나 작년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주주총회에서 표대결에서 패했고 엘리엇이 제안한 83000억원 고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하고 기업 경영구조 개선과 책임경영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했지만 속셈은 기업사냥꾼의 본성대로 회사의 미래가치나 지속성장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주주의 고액배당에 더 큰 관심을 보였고 경영을 자기들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도록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하기도 했다.

 

이후부터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으며 2016년에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라고 요구하면서 한국 재계의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철수로 당분간은 큰 힘을 발뤼하지는 못할 것이라는데 재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엘리엇 떠나고 현대차 실적 올라가고

 

그러나 엘리엣에게 긍정적인 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엘리엇이 제안한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안건은 표결 없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그것이 기업의 미래를 의해 꼭 필요한 장치였기 때문이다.

 

한편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주식 매매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주가가 2018년 초에 1516만원대였는데 최근엔 12만원 전후라 상당한 손해를 입은 것이다. 그럼에도 더 이상 걷어갈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현대차그룹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다.

 

그런데 엘리엇의 후퇴 보도가 나오던 즈음에 현대차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려 주가가 치솟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매출 1057904억원, 영업이익 36847억원을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3.5%, 1%포인트 상승했다. 순이익은 32648억원으로 두 배가 됐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9.3% 늘었다. 연간 기준 현대차의 매출이 100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2015년 매출 90조원을 돌파한 지 4년 만에 100조원대를 돌파했다. 2008년 삼성전자, 2018SK에 이어 세 번째 '매출 100조원 클럽' 가입이다.

 

한편 재계는 엘리엇 변수가 사라짐에 따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미래차와 모빌리티사업을 향한 중장기 투자를 확대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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