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불법 행위, 솜방망이 처벌로는 시장을 지킬 수 없다

칼럼일반 / 데스크 기자 / 2025-09-14 21:02:48
-최근 9·7 대책은 한 걸음 전진이지만 여전히 갈 길 멀다.
-규제의 빈틈을 악용해온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주는 단면


 2025년 들어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불법적 행위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허위 실거래 신고, 편법 증여, 중개업법 위반 등 위법이 의심되는 거래가 쏟아지고 있으며, 정부의 규제를 비웃듯 정책의 허점을 파고드는 행태가 난무한다. 지난 1~7월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1만2288건의 거래 가운데 무려 절반이 넘는 6775건이 위법 의심 사례로 관계기관에 통보됐다. 지난해 전체 수치를 훌쩍 뛰어넘은 기록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법과 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시장 질서를 왜곡하며, 국민의 피와 땀이 서린 세금을 잠식하는 심각한 범죄다.

 

거래 유형을 보면 문제의 뿌리가 더욱 명확해진다. 실거래가를 낮춰 세금을 회피하거나 가족 간 편법 증여를 통해 부를 대물림하는 시도가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법망을 피하려는 교묘한 ‘합법 위장 불법’의 전형이다. 결과적으로 성실히 세금을 내고 정직하게 거래하는 국민만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시장은 왜곡되고, 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최근 강남 일대 중개업소들이 단속을 피하려 줄줄이 문을 닫는 진풍경은, 규제의 빈틈을 악용해온 그간의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문제는 처벌 규정의 빈약함이다. 불법으로 얻는 이익에 비해 제재는 턱없이 가볍다. 현행 과태료 수준의 제재로는 억제력이 부족하고, 사후 적발마저 피하면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불법이 합법보다 이익이 크다는 잘못된 믿음이 시장을 좀먹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솜방망이 처벌을 과감히 걷어내고, 강력한 법 집행으로 불법적 행위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투기를 끝까지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반복되는 허위 신고와 편법 증여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제도적 장치와 집행력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국세청·금융위·경찰청·지자체에 의심 거래를 통보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기관 간 공조가 느슨해지고, 적발까지 시간이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부동산감독원’ 설립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에 금융감독원이 있듯, 부동산 거래 전반을 총괄·감시하는 전문기구가 필요하다. 허위 신고, 불법 증여, 불법 중개, 자금 출처 조사까지 통합 관리한다면, 지금처럼 뿔뿔이 흩어진 기관 간 분절적 대응을 피할 수 있다. 특히 고액 주택 거래나 이상 거래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즉각 조사 체계를 갖춘다면 불법 행위는 지금처럼 활개 치지 못할 것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9·7 대책은 한 걸음 전진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0억원 이상 고가 주택 신고가 거래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은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불법은 특정 금액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저가 주택에서도 편법 증여와 허위 신고가 빈번하다. 전면적인 거래 투명화 장치, 예컨대 모든 거래 과정의 데이터 공개와 자동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국민 누구나 거래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때, 시장 신뢰가 회복된다.

 

무엇보다 불법에는 반드시 ‘손해’를 남겨야 한다. 불법으로 얻은 이익의 수배를 환수하고, 세금 회피 시도는 가산세와 형사처벌을 병행해야 한다. 공인중개사 등 시장 전문가가 불법에 가담했다면 면허 취소와 형사처벌을 동시에 부과해 다시는 시장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법은 약자에게는 엄격하고, 강자에게는 관대한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은 국민 자산의 근간이다. 땀 흘려 모은 돈을 올바르게 지키고, 미래 세대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시장 질서를 만드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책무다. 불법적 행위를 일삼으며 법을 비웃는 자들이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도록, 강력하고도 공정한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정직하게 거래하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시장은 바로 설 수 있다.

 

불법과 결탁한 투기꾼들에게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제는 불법의 시대가 아니라, 법과 원칙의 시대라는 것을 말이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시장을 지킬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력한 법과 집행이다. 그것이야말로 부동산 시장을 살리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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