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檢, 대장동 항소 포기 법치 근간 흔들

데일리시론 / 이정우 기자 / 2025-11-09 22:38:03
-수사·공판팀 만장일치 의견에도 지휘부 제동… 내부 폭로까지 이어져
-수천억 환수 가능성 축소… 특검·국회 조사 요구 확산

△사진=검찰
 지난 8일,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연루된 주요 민간업자들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우리 사회에 깊은 파문을 남겼다. 수천억원대의 이익 편취 의혹과 업무상 배임 혐의를 둘러싼 이 사건은 단순한 경제 비리가 아니라 공공개발 구조 속에서 공적 이익이 어떻게 사유화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그동안 검찰은 이 사건을 ‘정의롭고 엄정한 처벌의 기준’을 세울 중대한 과제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그 약속은 항소 기한이 지나 시간과 함께 소리 없이 멈춰섰다.

 

수사팀과 공판팀은 모두 항소 제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성과와 진실 규명을 포기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에도 대검과 법무부 지휘라인에서 이를 제지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공개된 설명도, 국민을 향한 납득 가능한 사유도 없었다. 그 결과, 2심 재판에서 형량 상향의 가능성은 사라졌고, 피고인 측이 주장하고 싶은 쟁점만이 남게 됐다. 국고 환수 가능성은 좁아졌고, 사회적 책임을 묻는 기준 역시 퇴색했다.

 

국민은 이 상황을 조용히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납득 할 수 없는 검찰의 이번 결정은 법이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느슨할 수 있다는 가장 나쁜 의심을 다시 현실로 마주볼수있게 검찰스스로 국민 앞에 데려왔기 때문이다.

 

검찰이 존재의 정당성을 스스로 지키지 못할 때, 국가의 공적 정의는 흔들린다. 권력의 영향으로부터 독립하여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기관이 설명 없이 멈춰섰다면, 그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이번 사안을 두고 정치적 고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검찰이 사실상 스스로를 내려놓은 결정이었다면, 그 무게는 조직 내부의 편의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신뢰가 감당해야 한다.

 

“검찰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민은 다시 이 질문 앞에 서 있다. 공정의 원칙은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로 증명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증명은 이번 항소 포기 결정으로 무너졌다.

 

사실관계와 경위를 공적으로 밝히는 절차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검찰 스스로가 해명하지 못한다면, 특검이든 국회의 진상조사든 합당한 방식으로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의 신뢰 기반이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문제다.

 

신뢰는 느리게 쌓여도, 무너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검찰은 지금 무엇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시대적 책임을 남겼는지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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