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이종걸 의원 5분 자유발언 [전문]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동료 의원 여러분!
경기도 안양 만안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종걸입니다.
저는 참으로 무겁고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위기의 책임자이자 해결의 실마리를 풀 대통령은
여전히 큰 착각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에 대한 대응에서
두 번 국민들한테 아웃 당했습니다.
첫 번째는, 연설문 사전 유출에 대해서
1분 44초짜리 일방적인 사과로 끝냈습니다.
진실을 밝히고 국민의 용서를 구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습니다.
원 아웃입니다.
두 번째는, 국민들의 거국중립내각 요구에 대해서
일방적인 총리 임명으로 대응했습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야당을 무시하고 정치를 무시한 것입니다.
투 아웃입니다.
이제 박 대통령이 또 실수를 한다면
국민이 심판이 되어 삼진 아웃시킬 것이고,
야유와 비판 속에서 강제로 강판시킬 것입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불행해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진심으로 대통령께 현 정국을 수습할
구체적인 조언을 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총리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새 총리의 결정을 국회에 위임하십시오. 새 총리에게 조각의 전권을 준다고 선언하십시오. 잘못된 결정은 빨리 바꿀수록 좋은 것입니다.
둘째,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등 대통령 옹호에 바빴던 법무부 장관과 수사본부장을 즉각 경질하십시오. 그리고 오늘이라도 자진해서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발표하십시오. 대통령 님의 협조만 있다면 수백 명의 수사 인력과 수백 시간의 조사 과정이 절약되고, 국민들은 신속하게 진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셋째, 최대한 빨리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회견이 아니라 국민 앞에서 정확한 진상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하십시오. 그리고 국민의 판단을 구하셔야 합니다.
넷째, 국사 국정교과서 배포 등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정책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공표하십시오. 미르, K-재단 등 숫한 불법·탈법 사업과 국정교과서 사업은 한 몸입니다. 국사 국정 교과서는 박 대통령이 중심이 되었다는 것만 다릅니다. 새마을 운동과 새마음 봉사활동을 가장 소중히 여기시는 분의 가치관으로 만든 교과서를 미래 세대에게 강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현대사를 ‘박씨가문행장기’로 미화한 교과서를 국민은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님.
총리를 임명하고 내각을 개편해서 국정을 다시 장악하면
오늘 9%의 지지율을 15%, 30%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 큰 착각입니다.
국민들은 이미 대통령 퇴진과 사법 처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19대 국회의 마지막 야당 원내대표를 하면서
대통령님과 모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반대편에 섰습니다.
주변의 걱정 어린 조언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박 대통령의 처지에 대한 소회가 남다릅니다.
이 자리에는 안계시지만 대통령님께 묻고 싶습니다.
야당을 끊임없이 겁박하고, 여당을 친박 일색으로 개편하고
재계를 동원해서 이른바 쟁점법안 통과를 압박하고
국사 국정교과서 강행을 비롯한 이념 논쟁을 일으키고
남북관계를 훼손하고 외교 관계를 망치면서까지
4.13 총선 승리를 하려고 했던 것이
결국 박근혜-최순실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었습니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위기는
신뢰의 붕괴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이 우리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배후를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믿지 않습니다.
법을 믿지 않습니다.
공권력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있어야 할 사회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프로세스에
흑막이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신뢰는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 사회 안의 신뢰자본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습니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제 대통령은 국민에게 속죄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오늘 저를 비롯한 의원들의 제언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십시오.
그리고 오기와 독선의 정치를 버리십시오.
오늘의 국가적 불행을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 나갈
근본적인 변화의 계기가 되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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