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 "눈길"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두 소녀
[데일리매거진=김태희 기자] 학교도 다니고, 글도 읽을 줄 아는 부잣집 막내딸 ‘영애’와 그런 영애를 동경하던 가난한 소녀 ‘종분’이 끔찍한 곳에서 만나게 되며 운명을 함께하게 된다. 같은 비극을 살게 된 너무도 다른 두 소녀를 그리는 <눈길>은 “끔찍한 폭력의 순간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이용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였다.
그 폭력으로 아픔을 겪은 분들이 계시고 그것이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이나정 감독의 말처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아픔을 관객과 함께 느끼고 위로하고자 만들어진 작품이다. 함께 아파하고, 서로가 살아낼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외롭고 힘든 순간을 견뎌낸 ‘종분’과 ‘영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던 이나정 감독과 류보라 작가, 배우들의 노력이 더해져, <눈길>은 당시 어린 소녀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는데 성공한다.
▲사진, 영상=엣나인필름
“그 끔찍한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주변에 나와 같은 친구, 나의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들,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류보라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눈길>은 위로와 공감의 힘을 이야기 하는 영화이다.
<눈길>의 작품성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 받았다. 제37회 반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 최우수상 수상, 중화권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24회 중국 금계백화장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수상(김새론), 제67회 이탈리아상에서 대상인 프리 이탈리아상 수상까지 전세계를 아우르는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다. 또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8회 상하이국제영화제,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되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으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두 소녀를 연기한 김향기와 김새론의 동반 캐스팅은 영화 <눈길>의 개봉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두 아역 배우의 진심 어린 열연뿐만 아니라 김영옥과 장영남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도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김향기가 분한 ‘종분’ 역의 노년 시절을 연기한 김영옥은 눈빛 하나로 힘든 세월을 버텨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픈 역사를 표현해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장영남은 ‘종분’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 억척스럽지만 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캐릭터를 표현하며 <국제시장>에서 1,400만 관객을 울린 어머니 연기 못지 않은 애절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