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예고' 안 통하는 서울 아파트값…지난달 9·13대책 이후 최대 상승

건설/부동산 / 송하훈 기자 / 2019-11-03 18:54:02
상한제 '공급 부족' 트라우마·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등도 매물 부족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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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0.60% 상승 [제공/연합뉴스TV]


[데일리매거진=송하훈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재시행을 공론화한 지난 6∼7월 이후 강남 아파트값은 연초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 속에 상한제 시행으로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일부 '유튜브 전문가'들의 불안 심리 조장이 먹히기 시작하면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0.60% 상승했다. 7월 이후 4개월째 상승한 것이면서 월간 단위로는 9·13대책이 발표된 작년 9월(1.84%) 이후 1년여만에 최대 상승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중소형 아파트 거래가격이 3.3㎡당 1억원을 넘어섰다. 일부 한강 조망이 좋고 인기가 높은 주택형에 한정된 얘기지만 최근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상한제 시행의 직접적인 타깃이 될 재건축 단지도 덩달아 상승 중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2% 올랐다. 일반아파트값이 0.07% 오른 것과 비교해 되레 오름폭이 더 큰 것이다.


지난달 말 새로운 상한제 법안이 시행되고, 연이어 6일 국토교통부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통계적 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지난 7월 17억∼17억5천만원에 팔렸던 것들이 지난달 19억6천만원에 거래되며 석 달 새 2억원 이상 올랐다.


전용 84㎡도 7월에는 19억4천만∼20억원 선에 거래됐으나 최근 거래가가 22억5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계약하고 아직 중도금·잔금도 안 치렀는데 3억원 이상 올라버리니 집주인이 본인도 '싸게 팔게 될까 봐' 걱정해 매물을 못 내놓는다"며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매물이 많아야 하는데 거꾸로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이 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아파트 외벽 도색을 시작했다. 강남지역 대표 재건축 단지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으로 재건축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외관 정비에 나섰다는 점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입주민들끼리도 우스갯소리로 '은마아파트는 더이상 재건축 단지가 아니라 일반아파트'라고 말한다"며 "아직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서울시 정비계획수립부터 막혀 있다 보니 상한제까지 시행되면 꽤 오랜 기간 재건축 사업이 어렵다고 보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분양가 상한제 시행 선포에 따른 역풍도 예상보다 덜했다. 부동산114 통계에서 상한제 시행 예고 이후 재건축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8월 23, 30일 2주 뿐이다.


은마아파트보다 사업 진척이 빠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서울시 건축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재건축 사업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되레 가격도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등 중첩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수자들이 계속 몰려온다"며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외에 갈 곳이 없는 데다 정권에 따라 재건축 규제 정책도 달라졌기 때문에 규제가 풀릴 때까지 계속 기다려보겠다는 심리도 깔린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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