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편지'가 불러온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사회일반 / 뉴시스 제공 / 2011-07-05 10:09:26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을 유도하는 한 통의 편지가 소원했던 노부부의 사이를 오히려 돈독(?)하게 만들었다.

5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광주 북구 한 주택에 거주하는 A(70)씨의 집에 서울 지역 우체국 소인이 찍힌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A씨는 편지의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집이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놓였으니 편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하라'는 글귀였다.

시중 한 금융기관에 대출이 있었던 A씨는 전후 사정을 살피기 전 부인 B(72)씨를 불러 닦달했다.

걱정하는 남편과 달리 B씨는 침착했다. 먼저 부부가 이용했던 금융기관에 전화를 걸어 해당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경매통지서를 보낸 사실이 없다'는 대답을 들은 B씨는 남편에게 이 같은 내용과 그 동안 대출금 이자를 꼬박꼬박 납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부인의 말을 믿지 않았고 경매사실을 추궁하다 술병을 던지는 등 급기야 가벼운 폭행까지 이어졌다.

남편의 거칠어지는 행동을 참아내던 부인은 결국 전날 오후 경찰에 폭행 사실을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가정폭력의 원인을 조사하던 경찰은 해당 편지를 살핀 뒤 보이스피싱을 유도하는 내용임을 간파했다.

경찰은 "못된 사람들의 소행이다. 걱정하시지 말라"며 편지의 성격을 노부부에게 설명했다.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남편 A씨에게는 같은 내용을 몇차례 더 전달했다.

그제서야 불안감을 떨친 A씨는 옅은 미소와 함께 부인에 대한 미안함을 표출했다.

A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부인을 믿지 못했다"며 금주(禁酒)를 다짐하는 한편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를 무릎을 꿇는 것으로 대신했다.

B씨는 남편의 진심어린 사과를 환한 웃음과 함께 받아들였고, 이후 나란히 경찰서 정문을 벗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놀란 마음에 편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 할 수도 있었다. 할머니의 침착함이 돋보였다"며 "두 분이 건강하게 백년해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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