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금강살리기 세종지구(1공구) 금남보 하류 금강1교 건설현장이 장맛비에 떠내려온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4대강 공사가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
지난 7일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태풍 '메아리'와 장마가 겹치면서 내린 폭우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임 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4대강 공사로 얼마나 마음 졸였나. 공사 후 올해 첫 폭우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이번 정도의 비였다면 재해 피해만 수 천억 원은 입었을 것인데 공사 마무리가 안된 상태라 토사가 쓸어 내린 정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 실장의 발언과 달리 현장의 피해는 토사만 흘러내린 수준을 넘어섰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부산지역 주요 강변이 지난 주말 폭우로 침수돼 폭격현장을 방불케 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홍수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져 공원침수뿐 8,9월 본격적인 우기에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지난 주말 폭우가 내린 부산 북구 화명강변공원은 폐해가 됐다.
물이 빠진 축구장과 족구장은 떠밀려온 쓰레기에 그 자리를 내줬고, 체육시설은 진흙 범벅으로 변했다. 또한 각종 꽃과 수목이 조성돼 있던 생태탐방로는 본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했다.
낙동강사업본부는 주요 강변공원의 피해규모를 조사한 뒤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예전모습을 되찾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 한번의 폭우로 무기력하게 침수된 낙동강 둔치 공원을 두고 환경단체들은 예견된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낙동강 사업본부는 낙동강 유역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2007년 태풍 나리 이후(물이 제방높이의 50%까지 차면 주의보 발령) 4년 만이라며 앞으로 '홍수쓰나미'가 잦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의 대규모 준설과 하천 직선화로 인해 유속이 빨라져 낙동강변공원 침수뿐 아니라 왜관철교 붕괴, 구미 취수장 상수관 파손, 본류제방 유실, 수변침식 등 홍수위험도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이번 집중호우로 안동댐의 저수량은 9억5000톤, 저수율도 76%로 1976년 댐 건설이후 35년 만에 최고 저수율을 보여 만수위인 160m에 불과 5m밖에 여유가 없다"며 "하지만 10일 안동댐은 초당 유입량 646세제곱미터의 20%만 방류했고, 인하댐은 유입량의 16%, 합천댐은 유입량의 6%만 방류해도 홍수주의보가 발효된다"고 말했다.
이번 장맛비로 금강지역 피해도 컸다. 시민단체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금강 4대강 사업 현장을 조사한 결과 대전 유등천 침산보 유실, 세종시 세종지구 수변공원 침수 및 나무 고사, 공주 만수리 둔치 유실, 부여 장암면 지토리 준설토 적치장 토사 유실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우기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하고, 사업현장 관리나 금강 주변 배수시설 관리 등 대비에 소홀해 피해를 키웠다"며 "4대강 사업 금강현장은 침식과 유실, 재퇴적, 복구, 준설의 악순환을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충남 각 시·군에서도 4대강 사업이 수해를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졸속 사업 현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주시의 경우 인위적으로 물길을 돌린 월송천의 둔치가 완전히 훼손됐고, 합수부마저 무너졌다. 곰나루 수상무대는 붕괴와 유실 뒤 응급복됐지만 다시 지지대가 밀리고, 보도가 빗물에 쓸려갔다.
4대강 선도사업지구인 연기군 행복지구는 완전한 부실지구로 드러났다. 애초 올해 11월 준공예정이던 것을 4개월여 앞당겨 전국 4대강 사업 가운데 가장 먼저 준공될 예정이던 행복지구는 무리한 공기 단축으로 금남보에서 전월산 아래까지 1공구와 전월산 아래부터 금강이 만나는 합강리 일원 2공구 산책로에 지반이 내려앉고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등이 침수됐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정부나 자치단체가 4대강 사업의 공정률에만 혈안이 되다 보니 우기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준설로 인한 하상 취약으로 물길이 바뀌고 있어 역행침식, 재퇴적 등 거듭되는 피해로 국민의 세금을 탕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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