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1 서울의 한 중학교. 지난 5월 한 학생에게 얼굴을 맞은 담임교사가 병가를 내는 일이 발생했다. 한 달 뒤에는 한 학생이 교사에게 “야 이 씨X XX야, 휴대폰 달란 말이야”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2 지난 3월 경기도 한 중학교. 선생님이 실내외화 구분을 하지 않는 학생들을 지도하자 학생들은 욕설을 했다. 수업시간에 전자 담배를 버젓이 피우는 학생도 있지만, 제재 수단이 없다.
#3 지난 6월 초순 인천의 한 중학교. 한 학생이 휴대폰으로 여자 선생님의 스커트 아래를 촬영, 동영상을 유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에게 전학을 권고했지만, 이 학생은 계속 버티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서울시 교육청의 체벌 전면금지 발표 1주년을 맞아 "체벌 금지 이후 학생들의 해방감과 교사의 무력감 사이의 간극이 더 벌어져 교권 추락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시한 '현장교사들이 전하는 교실 현실 및 학생지도 어려움 사례'에 나오는 내용이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전하는 현실은 충격적이었다.
경기도 의정부 한 학교에서는 싸움을 말리는 선생님에게 "아줌마가 뭔데 지도하고 난리야" 또는 "맞장 떠보자"고 대드는 학생도 있었다.
한 학생은 교사가 "숙제 안 하면 혼난다"고 말하자, "선생님, 때리면 잘려요"라고 답했다.
수업 불참에 대해 조사하려고 하자, 교장실을 찾아가 "교장이면 다냐, 학교 그만두면 되지"라면서 "밤길 조심해"라고 위협하는 학생도 있었다.
경남의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 5월 몇몇 학생들이 상습적으로 여교사들의 엉덩이를 만진 사실이 여교사들의 문제제기로 조사에 나선 학교 측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교총은 지난 4월 서울·경기 지역 교사 667명을 대상으로 체벌금지 및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상황에 대해 물은 결과, 전체의 78.5%가 '수업 및 생활지도 과정에서 과거보다 문제 학생 지도를 회피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교총은 교사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적절한 지도방법의 부재'(59.2%)를 꼽았으며, 다음으로 '교사들의 갈등상황 기피'(23.8%), '문제 학생에 대한 강제 전학 및 학부모소환권 등 강력한 제재 수단 부재'(12.6%), '벌점제로 인한 서열화 등 부작용 발생'(1.6%) 등의 순이었다고 설명했다.
교총은 영국 교육부가 1998년부터 13년 동안 유지해 왔던 '노 터치 정책(학생체벌 전면금지 정책)'을 최근 폐기한 것을 언급하면서, "신체·도구를 이용한 직접 체벌은 금지해야 한다. 하지만 학칙위반과 수업 방해해 교사의 정당한 지도행위를 거부한 행위 등에 대해서는 간접 체벌을 할 수 있어야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수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명 '교실붕괴'와 함께 점점 더 작아지고 있는 교사들의 슬픈 현실. 참 교육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개선 방안이 절실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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