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노르웨이 폭탄 테러 및 총기 난사로 100여명이 희생된 가운데 목격자들의 끔찍하고도 생생한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생존자들은 우토야 섬 청소년 정치캠프 총격사건 현장을 말 그대로 ‘학살’ 현장이나 다름없었다고 증언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22일(현지시각) 32세 노르웨이 태생 남성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총리 집무실 폭탄테러와 집권 노동당 청소년 여름캠프 총격테러 사건의 결정적인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용의자를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만 밝힐 뿐 범행 동기와 배후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30분쯤 수도 오슬로에서 30여㎞ 떨어진 우토야섬에서 발생한 집권 노동당 청소년 캠프 행사장 테러로 최소 84명이 숨졌다. 이보다 2시간여전에 오슬로의 총리집무실 등이 있는 정부청사 부근에서 폭탄이 터져 7명이 숨졌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도시로 평화의 상징인 오슬로의 정부청사 부근은 이날 오후 먼지와 연기가 자욱해 9·11 테러 직후 뉴욕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고 한 목격자가 전했다. 20층짜리 정부청사의 유리창이 모두 깨졌으며 재무부와 석유부 건물 일부도 부서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용의자는 오슬로 정부청사 폭탄공격 이후 2시간이 지난 오후 5시30분쯤 경찰로 위장하고 우토야섬으로 찾아와 노동당 청년조직 주관으로 열린 560여명의 여름 캠프 참여자들을 불러모았다. 사람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한 곳에 모였다.
경찰복장의 그 젊은 남성은 이후 ‘모두 가까이 오라’고 말한 후 가방에서 자동소총을 꺼내 공격을 시작했다. 일부 목격자는 용의자가 M16 소총을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테러범은 엽총으로 바꿔 쓰러진 사람들의 머리에 다시 총을 쐈고 총격 시작 후 섬 전체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총격을 받은 사람들은 물속으로 뛰어들어 500m가량 떨어진 육지나 섬을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쳐 탈출을 시도하거나 일부는 언덕 혹은 바위에 몸을 숨겼다. 범인은 물에 뛰어들어 헤엄쳐 달아나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총격을 가했다.
당시 섬에는 10~20대 수백명이 있었고 테러범이 경찰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무엇보다 캠프 참가자들은 대체로 14~19세의 어린 청소년들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헤엄쳐 섬을 탈출한 한 소녀는 “그는 너무나 침착했다. 기괴할 정도였다”라며 “확신에 찬 태도로 천천히 섬을 이동하면서 사람들이 보이는 족족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이번 연쇄테러는 2004년 191명이 사망한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테러 사건 이후 서유럽에서 일어난 최악의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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