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현재 진행 중인 주유소 장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정유사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라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주유소 장부 조사로 누가 기름값으로 폭리를 취했는지 밝힐 자신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초 목표로 한 500여개 주유소 중 180여개 주유소의 장부를 확보해 조사 중”이라며 “주유소 장부뿐 아니라 정유사의 영업 관련 자료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지금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들이 지난 20~30년 동안 (기름값에서 폭리를 취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해왔는지 다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주유소 장부 조사 결과 기름값 문제의 주범이 정유사라는 점이 확인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정유사와 주유소 측이 기름값이 비싼 이유를 놓고 네 탓 공방을 해왔지만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지 8월 말까지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정유사·주유소가 기름값 문제를 두고 서로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다”면서 “회계장부를 검토해 과연 누가 마진을 많이 얻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지경부의 다른 관계자는 “개별 정유사의 마진폭을 문제삼아 법적인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면서 “높은 기름값의 원인이 처음 밝혀지는 만큼 그 자체로 정유사들엔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의 장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정유사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 상반기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기름값을 둘러싼 의혹을 집중 조사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름값 구조는 유리알과 같다”면서 “정부가 뭐라고 결과를 내놓든지 별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툭하면 정유사를 걸고넘어졌던 전례를 감안하면 정부가 이번에 어떤 결과를 낼지 뻔하다”면서 “정부가 기름값 구조를 제대로 알고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유사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휘발유 출하가격과 주유소 공급가격의 차이를 예로 들면서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이는 휘발유를 생산한 뒤 저장·수송하는 과정에 든 비용은 전혀 계산하지 않은 채 정부가 억지주장을 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도 이와 유사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주유소 장부 조사 과정에 정유업계에도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정유업계는 “영업비밀을 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반발했다.
정부와 정유업계의 기름값 공방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정유소와 주유업계가 기름값을 내리지 않자 강제 수단을 동원해 기름값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경부는 또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통해 국제시장에서 석유제품을 들여온 뒤 국내시장에서 싸게 파는 대안주유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대안주유소는 전국 주유소 숫자의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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