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구' 폐쇄 초읽기, 어쩌다 이 지경 됐나

미선택 / 뉴시스 제공 / 2011-08-29 1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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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최대 기대작이었던 영화 '7광구'(감독 김지훈)가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29일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8일 '7광구'의 상영관은 전국 34곳에 불과했다. 앞으로 이렇게 큰 스크린에서 더 이상 보기 힘들겠다는 아쉬움을 품은 관객 535명이 지켜봤다. 누적 관객 223만7797명이다.

후반 작업 지연으로 반나절 상영에 그쳤던 개봉일(4일) 733개관으로 20만1024명을 끌어 모은데 이어 개봉 3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하고, 국내 최단시간인 5일 만에 15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불타오르던 흥행 불기둥과 '해운대'(2009)의 1000만 신화를 재현하겠다던 대박의 꿈은 개봉 4주도 안 돼 물거품이 돼버렸다.

'7광구'는 개봉 전부터 영화계 안팎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준 작품이다.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 국내 최초 3D 액션 블록버스터, 흥행 보증수표격인 하지원(33) 주연, '해운대' 윤제균(42) 감독 제작, '화려한 휴가'(2007)로 730만명을 기록한 김지훈(40) 감독의 연출, 봉준호(42) 감독의 '괴물'(2006)·심형래 감독의 '디 워'(2007)에 이은 오랜만의 국산 괴수영화 등 흥행카드를 풀세트로 보유한 영화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10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이 예상됐고, 많은 영화들이 이 거대작과의 맞대결을 피해 개봉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췄다.

하지만, 이상기류는 시사회 때부터 드러났다. 빈약한 스토리, 수준미달의 CG와 3D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옛말을 확인했다. 혹평과 비판이 잇따랐고,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관객들의 실망감도 역력했다. 압권은 개봉일이었다. 후반 작업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날 오전 상영을 전부 취소하고 후반 작업을 한 뒤 오후 6시에 첫 상영을 시작하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빚어졌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달랐다. 개봉일 이전부터 40~50%대에 달했던 예매율은 고스란히 발길이 됐고 놀라운 흥행 스코어로 이어졌다. 제작사 JK필름과 배급사 CJ E&M은 한껏 고무됐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개봉 연기를 선택한 것이 오히려 관객들이 영화에 호감을 갖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으며 환호했다.

반면, 미디어는 긴장했다. 계속되는 '까대기'에도 불구하고 842만 관객이 지지한 '디 워'의 기록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일었다. 더군다나 '7광구'의 CG와 3D 등 모든 작업을 100% 국내 기술로만 했다는 사실은 '디 워' 당시와 마찬가지로 애국심 마케팅의 좋은 소재였다. 게다가 '한일합작 개발을 포기하고 일본이 떠난 지금 2028년까지 석유시추가 불가능하면 국제분쟁지역이 될 수 있다'는 엔딩 자막은 일본과의 독도 문제와 어우러지며 애국심을 자극할만 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애국심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더 이상 영화를 영화 외적인 이유로 보기에는 '아바타'(2009)·'트랜스포머3'(2011) 등 할리우드 3D 블록버스터들로 인해 관객의 눈높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 버렸다. 게다가 3D 상영으로 인해 티켓 값 역시 너무 비싸졌다.

10일 활 액션 블록버스터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 스릴러 '블라인드'(감독 안상훈) 등 '7광구'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수작들이 개봉하자 '7광구'의 허상은 너무 쉽게 드러나 버렸다. 입소문의 파괴력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웰메이드 작품들에게는 호재였지만 작품성보다 마케팅적 요소에 의존했던 '7광구'에는 악재였다.

개봉 11일째인 지난 14일 20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 이후 '7광구'에서 낭보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 사이 영화 속에서 몇 년째 석유 시추가 실패하자 본사가 이클립스 호의 철수를 결정했던 것처럼 극장들이 하나 둘 스크린을 회수해 버려 달랑 30개 남짓한 시추봉만 남기게 됐다. 그러나 31일 '푸른소금'(감독 이현승)이 개봉하면 이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고 영화 '7광구'가 참담한 실패만 남긴 것은 아니다. 영화계는 국내 CG와 3D 기술 발전, 괴수 장르에의 도전, 하지원을 비롯한 국내 배우들의 그린 스크린 적응 등 할리우드에 조금 더 가까이 가는 성과를 일궈냈다고 자위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계가 얻게 된 더 큰 교훈은 얄팍한 스토리나 부족한 기술력은 인기 스타도, 흥행 감독도, 애국심 마케팅으로도 틀어막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이다.

한편, CJ E&M에 따르면 '7광구'는 이미 46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이 중 중국에서는 국산 괴수 영화 '디 워'와 '괴물'이 각각 1800만 위안(약 30억원), 3000만 위안(약 51억원)을 벌어들이며 중국 내 한국 영화 흥행 1, 2위에 올라 있어 '7광구'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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