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지난달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여대생 성희롱 파문을 일으켰던 강용석 의원(무소속)에 대한 제명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쳤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 25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134명, 기권 6명, 무효 8명으로 강 의원 제명안은 부결됐다. 대신 30일간 국회출석 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며 강 의원의 금빼지를 유지시켜줬다. 국회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기자들과 방청객마저 내쫓으며 진행된 이날 표결에서 부결이라는 결과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134명에 달하는 반대표다. 국회는 지난 6월 임시국회를 통해 제명안을 처리하려 하였으나 정족수 미달로 표결을 미뤘다.
현행법상 의원 제명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297명 중 3분의 2인 19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당시 172명의 의원을 거느린 한나라당은 제명안에 미온적으로 임했고, 야당 역시 이를 문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난해 9월, 성희롱 발언으로 여론이 들끊자 만장일치로 강 의원 출당을 결의한 모습과 사뭇 대비된다.
134명의 반대표는 익명성의 효과다. 동료 의원들의 눈총과 이해관계에 따라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표결을 언제든 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여실히 이중성이 드러났다.
사실 강 의원은 이미 국민의 대표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대학생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들을 쏟아낸 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남자는 다 똑같다. 그날 대통령도 너만 쳐다보더라.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 따갔을 것이다"라거나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며 여성의 특정 직업을 비하한 데 대한 법적 심판이었다. 최종 확정은 아니지만 의원직 상실형이다.
이번 제명안 부결은 걸핏하면 민심을 들먹이고 '비리 척결'을 외치면서도 제 식구들의 비리는 감싸는 우리 국회의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머까지 동원해 편싸움을 벌이다가도 자신들의 집단이기 앞에서는 쉽사리 한통속이 되는 저급한 정치문화의 현주소다. '그런 국회'니까 '그런 의원'도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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