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안 교수와 비슷한 지지층을 가진 박원순 변호사 출마설도 나왔다. 물론 이들의 현실정치 참여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고, 또 선거에 나서더라도 꼭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안철수 돌풍'이 기성 정치권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다. '청춘콘서트'가 무슨 엄청난 규모의 행사나 기발한 형식을 갖춘 프로그램도 아닌데 지난 7월부터 10여 차례 진행돼온 전국 순회 강연에 왜 젊은 층이 그토록 열광하는지, 그 현상 속에 담긴 상징과 열망이 대체 뭔지 정치권은 읽어 내야 한다.
국민 눈에, 특히 합리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 눈에 정치권은 너무도 타락하고 무능한 집단이다. 지난 10년간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는 동안 국민 마음속에 보수는 이기심에 눈먼 탐욕주의자, 진보는 표리부동한 기회주의자라는 인식이 굳어져 왔다.
이는 우파나 좌파는 사회정의나 국민행복을 추구하는 철학적ㆍ이념적 차별화가 아니라 단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뭉쳐진 집단에 불과하다는 뿌리 깊은 불신감이다. 지금도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나 곽노현 교육감의 뒷돈 의혹은 무엇을 말하는가.
안철수ㆍ박원순 돌풍에 대해 기존 여야 정치권은 두 갈래 반응이다. 도전이 성공했을 때 파괴력에 대한 염려와 찻잔 속 돌풍으로 끝나고 말 거라는 경시가 그것이다. 또 한편으로 여야 모두 공동의 견제심리도 드러낸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오늘 철수가 나오면)내일은 영희가 나오겠다"고 희화화하고, 정몽준 전 대표는 "정치는 사회과학이고 사회적 활동"이라며 개인 플레이의 한계를 지목한다.
젊은 층 표를 잠식할까 전전긍긍하는 진보진영도 "안 교수가 과연 이뤄 놓은 게 뭐 있느냐"는 식으로 폄하하기 바쁘다. 당리당략을 위해 잡아먹을 듯 싸우다가도 세비 인상이나 강용석 감싸기처럼 집단이익을 위해선 찰떡 공조와 궤변을 마다하지 않는 행태와 비슷하다.
안 교수나 박 변호사가 일으키는 새 바람은 일부 지적처럼 1995년 '박찬종 신드롬'의 재판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기성 정치권의 타락상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안철수 신드롬은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정치권이 빨리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안철수가 나오고 대중의 정치혐오증은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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