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1995년 미국 “제네바 합의 불이행 땐 북한 군부 집권” 우려

정치 / 배정전 / 2011-09-07 12:18:57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미국은 북한의 식량난이 한창이던 1995년 11월 미국과 제네바 합의를 추진해 성사시킨 북한 내부의 실용파들이 계속되는 경제난 탓에 몰락하고 강경세력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서가 11월3일 작성해 아시아와 유럽 각국에 보낸 비밀전문에는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 내부에 팽배한 이 같은 우려와 제네바 합의의 순조로운 이행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국무부는 전문에서 “평양의 경제적 궁핍과 정치적 마비상태가 지속될 경우 북한 정권이 올해 겨울을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북한 내부의 실용주의자들이 제네바 합의에 의한 가시적인 혜택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한다면 군부 강경파에게 권력을 내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북한 정권이 인적 쇄신을 통해 군부를 이미 통제하고 있다는 견해가 주로 한국에서 나오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북한 내부의 정변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국무부는 또 “북한 군부는 현대적인 사람들이 아니며 그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 위험도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무부는 이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한반도에너지기구(KEDO) 회담의 북측 대표들이 제네바 합의가 규정한 중유를 확보하지 못한 데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들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아직까지 제네바 합의를 파기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10월10일 조선노동당 창당 50주년 기념연설에서 제네바 합의나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들어 여전히 실용파가 힘을 유지하면서 합의 이행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국은 1994년 10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받는 대가로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하기로 한 제네바 합의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직후 클린턴 행정부가 중간선거에서 패해 상·하원을 모두 빼앗기고 제네바 합의에 대한 국내외적 비판이 이어지면서 중유 제공을 비롯한 북한과의 합의 내용을 약속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