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여당, 기댈 곳은 ‘박근혜’

미선택 / 배정전 / 2011-09-15 13:54:50

p304.jpg[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박근혜 전 대표(59)에게 대선행보를 시작하라는 한나라당 내 목소리가 추석 직후부터 다시 커지고 있다. 친이·친박 구분없이 ‘안철수 바람’이 일으킨 변화다. 견제에서 생존 문제로 내부의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진성호 의원(49)은 1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가 나경원 최고위원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유세를 한다면 박 전 대표 위상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54)도 YTN 라디오에 나와 “가만 있으면 대세론 유지 안된다. 과감한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박 전 대표의 본격적인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64)와 이주영 정책위의장(60)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의장은 “로켓이 올라갈 때 추진을 하지 않나. 늦게 하면 또 안된다”며 “이번이 타이밍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요구는 박 전 대표에게 변화를 압박하는 목소리지만, 과거와는 성격이 확연히 달라졌다.

박 전 대표의 대세론도 위협받는 상황이고,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의원들의 생존 본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친이계 조해진 의원(48)은 “지금은 특히 당에 중심이 없어서 공백 상태이다. 그렇게 되면 표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환점은 ‘안철수 돌풍’이다. 안철수 현상을 계기로 집권여당에 대한 거부감이 표면화돼 나타나자 기댈 곳이 유력주자인 박 전 대표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68)은 “수도권 의원들은 ‘박근혜 덕 좀 보자’는 소리를 계속해왔는데 안철수 현상이 돌발적으로 일어나니까 이제는 ‘우리(수도권 의원)’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박근혜)’을 위해서 움직이라고 말하기가 편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친박계에서는 박 전 대표를 옭아맸던 “족쇄가 풀렸다”(이혜훈 의원)고 평가하고 있다. 이 의원(47)은 “그동안 박 전 대표가 움직이지 못했던 이유는 당내 견제 때문이었다. 지난해 복지 관련 공청회를 여는 데도 대권행보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안철수 열풍에서 벗어나려고 이제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박 전 대표가 청와대에 부담이 될까봐 많이 자제를 해왔다. 청와대가 이제는 박 전 대표 언행 양해해줘야”라고 말했다.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 당내 지형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 전 대표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와 스마트폰용 앱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국민이 행복한 나라’라는 문구를 각각 머리 부분과 첫 화면에 내세웠다. 이를 두고 양극화와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차별화는 친이계와의 또 다른 갈등도 예고되는 지점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족쇄가 있어서 본격적인 활동을 못했다고 하면, 앞으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차별화를 하겠다는 소리인가. 그러면 더 큰 문제가 생기고 지지자들도 이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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