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S&P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성장둔화와 정치권의 리더십 부족으로 부채 축소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때 마침 그리스가 구제자금 수령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유로존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0일(현지시간) 유로존의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장기국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강등했다. S&P는 또 이탈리아를 계속해서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놓아, 추가 등급 하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칼 웨인버그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총생산(GDP)대비 높은 부채 비율을 고려하면, 이탈리아의 등급 강등은 예상되었다"고 평가했다. 웨인버그는 다만, "이탈리아가 여전히 크게 신용할 수 있는 나라"라며 "`부정적 관찰대상`에도 불구하고, `A`등급 자체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S&P는 이탈리아 정부의 순 부채 규모가 `A` 등급 국가 중 가장 많으며, 향후 이탈리아의 부채는 당초 예상치보다 더 많은 수준에서 피크를 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외 수요 약화와 정부의 긴축정책,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조달 비용 상승 압력으로 이탈리아의 성장 전망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탈리아가 국내외 거시경제 도전에 단호하게 도전해야 하지만, 연합정권과 의회내 정책 이견이 이같은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P는 이를 반영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이탈리아의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3%에서 0.7%로 낮췄다. S&P는 이러한 경제활동 둔화로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S&P는 특히 이탈리아가 세수 개혁을 마무리 짓지 못하거나 금융위기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이 지연되면, 이탈리아의 부채가 더 증가해 신용등급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탈리아의 장기국채등급 강등은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는 유로존 국가의 자금조달 비용을 더욱 상승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그리스가 디폴트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로화의 가치는 사흘 연속 하락하고 있다.
IG 마켓츠의 크리스 웨스톤 트레이더는 "유로화는 계속해서 하락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유로존 국가의)차입 비용"이라며 "향후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 매물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받아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 소재 노무라에서 근무하는 스테판 로버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호주 달러화 약세와 관련해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이 그리스에 대한 위협을 가중시켜, 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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