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정몽준 의원이 엊그제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장에서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반말 질의와 추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정 의원은 내년 3월 26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왜 하필 4월 총선 선거 기간에 개최하느냐며 몰아붙였다. 김 장관이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와 연계하지 않는다"고 답변하자 정 의원은 "그건 또 무슨 궤변이야", "말이 돼? 외교장관이 국무위원인데 국정 안정을 위해 노력을 해야지. 이건 초등학생 상식에도 안 맞잖아"라고 퍼부어댔다. 정 의원은 보좌관 쪽지를 건네받고서야 발언 수위를 좀 누그러뜨렸고 오후엔 김 장관과 서울대 경제학과 2년 선후배 사이임을 강조하려는 듯 "평소 격의 없이 지내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사과했다.
정 의원의 반말 국감은 일종의 해프닝 같지만 한국 국회 품격 수준을 보여주는 단면이란 점에서 그냥 넘기긴 어렵다. 우선 정 의원 질의 내용부터가 별로 공감할 만한 게 못 된다. 지난해 열린 G20 정상회의보다 2배 이상 큰 핵정상회의 일정을 조율하려면 국내 상황만 보고 멋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교통통제 같은 불편을 끼치는 게 여당에 불리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국정 안정까지 들먹이는 건 지나쳤다.
더구나 정 의원은 13대부터 18대까지 국회를 지켜온 6선 의원이다. 이젠 현대중공업 대주주나 경영인 출신 의원이 아니라 차기 대권주자로도 거론될 만큼 거물 정치인 반열에 올라 있다. 그런 위치에서 국무위원을 아랫사람 다루듯 하는 건 품위를 벗어난 언행이다.
선진국 정치지도자들이 별 대단치도 않은 사소한 일로 국민을 감동시키는 건 바로 말과 행동의 품격이다. 지난주 미국에선 아프간전 영웅인 해병대 병장 다코타 마이어가 "근무 중에 사적인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백악관 전화를 거절하는 바람에 점심시간에야 통화를 한 일화가 소개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향해 "버릇 없는 군인"이라고 말하는 대신 "내 전화를 받아줘 고맙네"라고 유머를 던질 줄 아는 게 바로 정치인의 품격이다. 반대로 미국ㆍ유럽 의원들이 인신 공격성 발언을 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사례도 수시로 언론을 탄다.
걸핏하면 비리 연루설이 흘러나오고, 성희롱 파문을 일으키고, 막말과 몸싸움 공방이나 벌이는 한국 국회 풍토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그러려면 무게 있는 중진 정치인들부터 품격 있는 언행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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