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글로벌 금융 불안은 전방위적이고 복합적인 위기로 치닫고 있다. 유로권 은행들은 남유럽 재정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에 따른 은행 부실이 3000억유로에 이를 수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2008년 이후 가장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탈리아 국채와 은행 7곳에 대한 신용등급을 후려쳤고, 무디스는 미국 초대형 은행들 등급을 떨어뜨렸다. 유럽 은행들은 이미 달러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으며, 미국 은행들은 더 이상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년 전과 달리 금융시스템을 구제할 리더십과 정책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욱 불안을 키우고 있다. 미국 연준(FRB)이 단기금리를 2년 더 제로 수준에 묶어두기로 하고 장기금리를 더 끌어내리기 위한 작전(오퍼레이션 트위스트)까지 폈지만 시장은 실망한 빛이 역력하다.
위기의 조짐만 보여도 가장 먼저 큰 충격을 받는 한국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패닉(공황) 직전까지 갔다. 어제 코스피가 3% 가까이 추락하고 원화값이 30원 가까이 폭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국채 부도 위험을 가늠하는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지난달 이후 0.7%포인트 뛰어 1.7%를 웃도는 것도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은행의 외화유동성과 자산건전성이다. 은행들이 또다시 달러 부족 사태를 맞거나 앞다퉈 늘려 놓은 대출이 대거 부실화하지 않도록 빈틈 없이 관리해야만 지금과 같은 복합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은행들은 석 달 안에 갚아야 할 외화부채와 맞먹는 유동성 자산을 갖고 있다. 지난달에는 만기가 돌아온 단기 외화 차입금의 1.5배를 빌려 글로벌 신용경색에 대비했다. 하지만 유럽 은행들이 전체 외화 차입금 중 30%(아시아 지역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50%) 넘게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위험자산을 줄여야 할 유럽 은행들이 대출을 급격히 회수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자본 확충도 더 해야 한다. 6월 말 9개 은행그룹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연결 자기자본비율은 13.7%로 2008년 9월(10.2%)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세계 20대 은행 평균(14.6%)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검찰 수사와 정치적 계산으로 지연되면서 은행에까지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