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저축은행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은 26일 이용준 제일저축은행장(52·사진)을 전격 체포했다. 이날 경기 양평에서는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1000억원 이상을 대출받은 건설회사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합수단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낮 12시 이용준 행장을 체포했으며, 같은 은행 장모 전무도 함께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최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중 은행장이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합수단은 제일저축은행 압수물에서 증거를 인멸하려 한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다른 은행장보다 먼저 이 행장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과 장 전무는 제일저축은행을 영업정지에 이르게 한 불법대출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이들의 혐의를 확인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일저축은행은 계열사인 제일2저축은행과 함께 고양종합터미널 건설 사업에 대출한도(자기자본의 20%)를 넘겨 1600억원을 빌려준 것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들 저축은행은 대출한도가 넘는 금액은 특수목적법인(SPC) 등이 빌리는 형태로 대출하는 등 차명대출도 했다.
합수단은 이 사업에 4500억원을 대출한 에이스저축은행까지 세 은행을 윤대진 대검찰청 첨단범죄수사과장(47)이 지휘하는 수사팀에 함께 배당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고양터미널 건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관련 사업 중 액수가 가장 큰 건”이라며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했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지방건설업체 ㄱ사 대표 ㄴ씨가 지난 25일 오전 양평군의 한 스키용품점 앞 공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ㄴ씨는 발견 당시 차량 안에 화덕을 놓고 번개탄을 피운 상태였으며 ‘두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짤막한 유서를 남겼다. ㄴ씨는 제일저축은행에서 거액을 대출받았으며,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계열은행인 제일2저축은행의 정구행 행장(50)이 투신한 지 3일 만에 은행장이 체포되고, 대출자까지 사망해 악재가 겹쳤다. 정 행장은 지난 23일 합수단이 서울 창신동 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자 건물 6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행원으로 시작해 25년 동안 저축은행에서 일한 정 행장은 영업정지에 책임감을 느껴 괴로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합수단은 영업정지된 토마토·제일·제일2·프라임·에이스·대영·파랑새 등 7개 저축은행의 이사급 이하 실무진을 소환 조사했다. 합수단은 이들 저축은행의 본점과 지점에서 부족한 자료를 가져오기 위해 추가 압수수색도 진행하고 있다.
합수단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저축은행 대주주와 임원들을 불러 불법대출 경위와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할 계획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대주주에 대한 대출, 부실대출 등 세 가지를 우선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부당인출 의혹과 관련해선 “현재로서는 막연하다. 관계기관에서 자료를 내거나 고발이 있어야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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