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린 구세주 아니다”…유럽 국채 매입에 회의적

미선택 / 배정전 / 2011-09-27 12:34:18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유한공사의 가오시칭(高西慶) 사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제위기 속에 세계가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중국을 구세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가오 사장은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유럽재정위기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는 우리의 정책이 있고 우리의 문제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의 정취안르바오(證券日報)가 26일 보도했다.

중국투자유한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4096억달러(약 490조원)에 달하며 지난해에만 516억달러(약 62조원)의 이익을 올렸다. 투자유한공사는 중국 외환보유액(지난 6월 말 기준 약 3조2000억달러·약 3833조원)의 일정 부분을 맡아 외국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


가오 사장은 “중국투자유한공사는 각종 위험을 고려하고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유럽으로 뛰어가 누구를 구원할 수는 없고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오 사장이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매입 희망에 100%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오 사장이 유로존 국가들이 보증하는 유로존 채권이 발행된다면 매입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고 25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입에 발린 소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함으로써 유럽의 경제회복을 도와주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부정적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행장도 가오 사장과 함께 토론회에 참석, “올해 중국의 성장률은 8~10%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10%가 훨씬 넘는 고성장을 통해 세계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은 9% 성장을 목표로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중국은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공산품 수입을 늘리면서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따른 민생고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또다시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기 어렵다. 저우 행장의 발언은 물가상승과 소득 양극화 등 국내 문제가 만만치 않아 내치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중국 정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저우 행장은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으며 경기하강 위험은 커지고 있다”며 “중국은 물가안정을 기본과제로 여기면서 경기의 진폭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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