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미국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사용하던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줄줄이 거액의 특허사용료(로열티)를 물어주게 생겼다. 제조사들이 로열티 부담을 휴대전화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은 명백하다. 결국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종속의 피해는 고스란히 삼성 등 안드로이드 휴대폰 고객들로 이동되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거대 소프트웨어 회사 오라클도 안드로이드가 자사의 '자바'프로그램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해 왔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대해 각국에서 특허 소송과 판매금지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길목인 OS(운영체제)를 몽땅 미국 IT업체들이 차지한 상황에서 그들은 줄기차게 휴대폰 제조업체들에 거액의 '통행료'를 요구하는 셈이다. 만약 구글마저 현재 무료인 안드로이드 OS를 유료화할 경우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공짜 운영체제 의존하다 곤경 처한 휴대전화 제조사
그간 특허관련 일련의 사태는 스마트폰을 작동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를 외부에 의존해온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무료 공개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제조사들이 특허 소송이나 로열티 협상의 대상이 됐다.
미국 오라클은 안드로이드 개발사인 구글을 직접 공격하고 있다. PC와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는 기반기술인 '자바(Java)'소프트웨어를 안드로이드가 베꼈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아직 구체적인 로열티 액수를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이 오라클의 기술 특허를 인정할 경우 결국 삼성전자·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로열티의 상당액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유료화할 가능성도 있다. 구글은 최근 모토로라를 인수해 직접 스마트폰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장차 안드로이드의 최신판을 자회사인 모토로라에 먼저 제공하거나 경쟁 회사들에게는 유료로 판매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바다'라는 OS를 갖고 있지만 100% 원천기술도 아닌 데다, 사용자마저 미미한 수준이다. SW 무기화할 수 없다는 뜻이다. LG전자는 독자 OS를 개발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국내 휴대폰업체 L 임원은 "안드로이드 유료화는 독자 OS가 없는 제조사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안드로이드 유료화 최악 시나리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우리도 통신기술 특허가 많아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는 공허한 주장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내기업은 제조기술과 관련된 특허는 많지만 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 분야는 특히 약하다.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시애틀의 MS 본사를 방문해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와 특허 상호 사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서로의 통신 특허를 공유하고 향후 스마트폰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지만, 골자는 삼성이 MS에 로열티를 주기로 한 것이다.
휴대전화 분야의 특허사용료는 다른 제품에 비해 휠씬 비싼 편이다. 예를 들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퀄컴은 휴대전화 제조업체에게서 전화기 값의 5~5.75%를 로열티로 받는다.
삼성전자는 2009년 퀄컴과 15년 기한의 특허사용 협약을 맺었다. 이때 퀄컴에 선급금으로 13억달러(1조5000억원)과 매출의 5% 이하를 로열티로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허소송에 휘말리면 로열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업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소송에 휘말려 독일에서 신형 태블릿PC '갤럭시탭 10.1'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이 외국의 소프트웨어 공세에 무너질 경우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단순한 조립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도 DMB방송 같은 국내에 특화된 기능을 쓰지 못하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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