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콧대높은 日시장 개방 가속화"

미선택 / 뉴시스 제공 / 2011-10-11 08: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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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고환율 압박에 못이겨 해외 진출 등을 모색하면서 대일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들과 우리 수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1일 코트라가 발표한 '일본 엔高와 대일 교역환경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70엔대로 접어들면서 수출에 압박을 느끼기 시작한 일본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적극 준비하고 있다.

엔화 가치는 3월 대지진 이후 불안정한 추이를 보이다 8월19일에는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역대 최고치인 75.95엔까지 치솟는 등 달러당 70엔대의 엔화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일본 산업계는 지진피해와 엔고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진출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코트라가 일본의 주요 기업들을 인터뷰한 결과, 자동차·전자·기계 업종의 수출 제조업체는 엔화강세에 따른 제조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비용절감을 위한 해외조달 및 생산거점 이동이 활발하다.

환율에 민감한 일본 수출 제조업계는 당초 1달러당 80엔대로 전망했지만, 현재 엔·달러 환율이 70엔대로 평가절상되자 수출부진과 영업이익 감소를 겪고 있다.

이에 일본의 자동차 생산·판매업체인 T사는 다른 완성차업체와의 부품공동화를 통한 비용절감, 동북지역 생산 자회사 통합, 신흥시장 판매 주력 등의 다양한 대책을 수립했다.

통신기기 생산업체인 또 다른 T사는 내수시장 축소와 발주처의 비용절감 압력으로 해외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한국산 금형제품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부품업계는 수입 비중이 높아 엔고의 타격을 덜 받는 대신 내수경기 침체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해외조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부품소재 기업들은 해외시장 수출보다는 내수시장 납품에 주력하면서 엔화 강세에 따른 자재 수입비용 절감효과를 보고 있다.

산업용 로봇생산업체인 H사는 한국산 가공부품을 대량 수입하고 엔고 장기화에 대비해 수입물량을 증대할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등 고품질이 요구되는 부품은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산을 선호한다.

선박용 부품생산업체인 K사는 엔고로 인한 수입원가 절감효과가 가능해 가격경쟁력이 높은 한국산 LED제품 수입을 확대할 예정이다.

펌프 제조업체인 K사와 밸브 제조업체인 T사는 내수경기 침체로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베어링, 구동장치 등 핵심부품도 한국산 조달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업계의 경우 소비재를 중심으로 지진 피해와 엔고가 모두 해외수입 수요를 증가시켜 외국산 제품 수입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유통하는 H사는 현재 한국산 제품을 수입중이며 엔고에 따라 수입물량을 늘릴 방침이다.

화장품 업체인 C사는 엔고로 인해 국내산 화장품 용기 공급을 줄이고 품질대비 비용절감이 가능한 한국산 수입량을 증대할 계획이다.

코트라는 일본 기업들의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엔고와 지진복구 수요를 활용한 대일수출 마케팅 전개 ▲고부가가치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한 R&D 투자 ▲일본기업의 해외투자 수요 적극 유치 등을 대응방안으로 제시했다.

한국은 일본과 지리적 근접성으로 유통이 용이하고 품질도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일본 기업들의 투자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것이 코트라의 설명이다.

다만 대일 무역에서 수입이 큰 비용을 차지해 엔고가 오히려 한국기업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지속적인 기술투자도 병행해야 한다고 코트라는 주문했다.

김성환 코트라 일본팀장은 "최근 대지진, 엔고, 한류 열풍 등 일본에서 한국기업이 진출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부품소재, 소비재, 가전제품 등 유력시장에서 창출되는 신규 수요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일본기업의 생산거점 이전, 해외기업 인수합병 수요를 유치하기 위한 각국의 투자환경 조성사례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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