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독재자의 최후는 비참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69)가 20일 자신의 고향 시르테에서 과도정부군에 의해 부상은 입고 생포됐지만 끝내 사망했다고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가 밝혔다. 이날 과도정부군은 시르테를 점령했다.
이로써 카다피 42년간의 독재는 막을 내렸다. 지난 2월15일 리비아 제2도시 벵가지에서 첫 반정부 시위가 열린 후 248일만이다.
과도국가위의 2인자 마무드 지브릴은 수도 트리폴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카다피는 죽었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압델 하피즈 고가 과도국가위 대변인 역시 "우리는 세계에 카다피가 혁명의 손에 처형됐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고가 대변인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압제와 독재는 끝났다. 카다피는 자신의 운명을 맞이했다"고 덧붙였다.
카다피가 생포될 당시 다시와 머리에 총격을 입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과도국가위의 압델 마지드 믈레그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한 AFP통신은 체포 현장에 있던 과도정부군의 한 병사는 카다피가 발각 당시 구덩이에 숨어 있었으며, 생포 순간 "쏘지 마, 쏘지 마"라고 외쳤다고 했다. 또 AFP는 과도정부군 병사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카다피의 마지막 모습은 카키색 옷을 입고 얼굴과 목에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과도국가위는 지브릴의 공식 확인 직전에 미국 정부에 카다피 사망 사실을 전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가 AP통신에 밝혔다. 친카다피 TV인 알 리비야는 이날 웹사이트에 "카다피가 체포됐다는 보도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추종자들이 퍼뜨린 것으로 근거없다"고 주장했다며 AFP가 전했다.
카다피는 지난 8월23일 사흘간에 걸친 과도정부군의 공격을 받고 자신의 트리폴리 요새 '바브 알 아지지야'를 탈출했다. 이후 제3국 망명설 등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실제로 카다피는 시르테와 리비아-니제르 국경 인근 사막에서 친위세력을 이끌고 과도정부와 맞서다 비참함 최후를 맞이했다.
1969년 9월 27세의 젊은 대위 신분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카다피는 이후 42년간 장기집권했다. 그는 집권 후 사회주의와 이슬람주의, 범아랍주의를 융합한 인민권력 체제를 선포하며 '중동의 체 게바라'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지만 끝내 독재자의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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