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다음은 누구일까?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30일 고향 시르테의 한 하수구에서 부상을 입은 채 체포됐다가 나중 사망함에 따라 시리아와 예멘을 비롯해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게 일고 있는 중동 국가들 중에서 카다피의 뒤를 이어 축출될 다음 독재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전직 용원 브루스 리들은 카다피의 죽음은 중동 지역에서 더이상 독재체제가 버텨내기 어렵워졌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이 지역의 독재자들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역시 카다피 사망 이후 서둘러 발표한 성명을 통해 "카다피의 죽음은 철권 통치는 필연적으로 끝장을 보게 마련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올해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랍 국가들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아랍의 봄' 혁명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시리아와 예멘에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시리아와 예멘은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강경 진압, 많은 희생자들을 냄으로써 분노를 더욱 자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중동 지역의 독재자들에게 카다피의 사망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권좌를 유지하고 싶으면 좀더 민주적으로 국민들을 위한 통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권좌에 무한정 머물려는 욕심은 이제 더이상 용납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의 죽음은 북아프리카에서 여러 의미를 갖는다. 북아프리카에서는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이번 리비아까지 3개국에서 독재자가 쫓겨났다. 이러한 흐름은 서쪽의 알제리로까지 이어질 것인가? 알제리는 현재 카다피의 가족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 알제리는 카다피가 과도정부군의 도전을 물리치기를 희망했으며 나토의 공습에 반대했었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알제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미국과 유럽에도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는 앞서 알제리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카다피를 집어삼킨 '아랍의 봄'의 물결은 알제리에서도 독재자 축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불러올 수 있을까?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은 오랫동안 카다피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었다. 아사드는 카다피와 함께 테러 세력을 지원해 왔으며 이란의 무장단체도 지원해 왔다.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대는 리비아의 승리에 한껏 고무돼 있다. 카다피의 사망이 당장 시리아 반정부 시위대의 승리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으로서는 시리아 정부의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야만 할 것이다.
예멘의 살레 대통령은 국민들 뿐 아니라 유엔으로부터도 퇴진을 요구받고 있다.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예멘으로 귀국한 후 예멘은 이미 심각한 내전 상태로 돌입했다. 살레 대통령은 애초 사우디에서 귀국하지 않고 영원히 사우디에 남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리비아처럼 테러를 지원하지도 않고 야만적인 통치를 하지는 않았지만 발인 역시 많은 우려를 부르고 있다. 바레인은 너무 오랫동안 개혁을 거부해 왔고 독재체제가 영원히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아랍 국가들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며 아랍의 독재자들 누구도 이러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몇몇 아랍 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명은 물론 이제 시작일 뿐이다. 독재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민주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리비아 역시 지역과 부족별로 복잡하게 분할돼 있어 앞날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아랍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멈출 수 없는 흐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리비아의 뒤를 잇는 또다른 독재자의 몰락 소식이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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