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지레짐작의 허를 찌르다 '미스터 아이돌'

미선택 / 뉴시스 제공 / 2011-10-26 12: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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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영화 얘기를 들었을 때 '또 뻔한 아이돌그룹 소재 영화 하나가 나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입관, 편견이었다. 만점을 줄 수는 없지만 보는 동안 노래를 흥얼거리고, 리듬에 맞춰 발을 구르기도 하며, 시원하게 폭소를 터뜨리거나 가슴 찡한 뭔가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이 휴식과 즐거움 그리고 감동을 위한 것이라면, 이 영화는 일단 그 부분에서는 성공했다고 봐도 충분하다.

음악 휴먼 드라마 '미스터 아이돌' 얘기다.

2008년 돈만 아는 냉혈 제작자 '사희문'이 운영하는 스타뮤직의 스타프로듀서 '오구주'가 아끼던 그룹 '미스터 칠드런'의 메인보컬이 정상의 문턱에서 자살한다. 충격을 받은 오구주는 네팔 카트만두로 떠나 버리고, 리더와 프로듀서를 동시에 잃은 미스터칠드런은 해체되고 만다.

3년이 흐른 2011년 귀국한 오구주는 스타뮤직 시절 선배인 '박상식'과 손을 잡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이 돼버린 사희문에 맞서기로 한다. 두 사람의 무기는 바로 미스터칠드런.

팀 해체 이후 '지오'는 클럽 DJ, '현이'는 동거녀와 아이를 낳은 노래방 주인, 한국계 미국 입양아인 '리키'는 생모를 찾는 일에만 몰두하는 등 모두 음악을 떠나 있다. 하지만 오구주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이들은 미스터칠드런을 재건해 잃어버린 꿈을 찾으려 한다.

문제는 메인 보컬 부재다. 오구주는 고심 끝에 신인가수 선발 오디션을 연다. 여기에 참여한 홍대앞 인디밴드의 보컬 '이유진'이야말로 오구주가 찾던, 죽은 리더의 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메인 보컬이었다. 결국 오구주는 이유진에게 미스터칠드런에 참여하면 나중에 밴드를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제안하고, 끈질긴 설득 끝에 이유진을 참여시킨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루저들의 역전 스토리다. 이제는 퇴물로 전락해버린 과거의 별들과 뛰어난 재능을 갖고도 빛을 보지 못하고 살던 숨은 진주가 정의감, 집념, 실력을 갖춘 훌륭한 지도자와 만나고, 모두가 힘을 합쳐 거대 악과 싸워가는 내용이다.

잔인한 독설도 실력있는 사람이 진심을 담아 할 때는 인신공격이 아님을 보여주는 여자 프로듀서 오구주는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팔색조 매력을 뽐내고 있는 박예진(30)이 열연하고, 실력파 보컬 이유진은 드라마 '올드미스다이어리'(2004), '달콤한 나의도시'(2008) 등을 통해 누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지현우(27)가 맡아 실제 그룹(더 넛츠) 활동을 통해 갈고 닦은 노래실력을 뽐낸다.

김수로(41)는 돈 앞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사희문으로 나와 특유의 예리함과 코믹함을 겸비한 연기를 선보이고, 임원희(41)는 박상식으로 김수로와 코미디 한판 승부를 펼친다.

가수 박재범(24)은 이 한국영화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팀의 댄싱머신 지오로 화려한 춤 실력을 과시하고, 힙합그룹 '일렉트로 보이즈'의 원카인(29•김랜디)은 첫 영화에서 자신과 꼭 닮은 래퍼 리키로 출연해 생모를 찾고 싶은 마음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표현해낸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길라임'(하지원)의 액션스쿨 선배였던 장서원(29)은 "돈 많은 우리 주원이" 대신 팀의 서브 보컬로 감춰왔던 노래실력을 뽐낸다.

아쉬운 것은 오구주와 이유진의 첫만남인 공항에서의 가방 분실사건이 꼭 필요했던가와 컴백해 승승장구하던 미스터칠드런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되는 폭로영상의 내용이 현실에서 그렇게 파장을 일으킬까 하는 점이다.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도 허점이 보인다.

이런 아쉬움은 에필로그가 달래준다. 이유진의 환상인 이 장면에서 이유진의 밴드와 아이돌그룹 미스터칠드런은 록과 댄스의 경계를 넘어 음악으로 소통하고, 음악을 나누며 화합한다. 아이돌 댄스음악을 천시하는 일부의 시각과 거꾸로 록음악은 마니아적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일부의 반응에 대한 감독의 일침이자 호소인 셈이다. 실제로 박예진, 지현우 등 배우들 역시 최고의 장면으로 에필로그를 꼽았다.

"음악 때문에 상처 받고 모든 꿈을 잃어버렸던 젊은이들이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음악을 즐기며 꿈을 되찾는 행보를 그리고 싶었다"는 라희찬(34) 감독은 " 아이돌이라는 친근한 소재로 접근했다. 음악만 들리는 영화보다 드라마를 따라 가며 무대나 음악 등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며 "우리가 가진 것은 심플한 드라마 구조인데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캐릭터나 여러 상황을 부여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에필로그는 그런 의미에서 모든 캐릭터들이 모이는 드라마의 한 축으로 마지막 무대에서 지현우가 이야기했던 '모든 음악을 다 즐겨라'는 의미에서 구성하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진(40) 감독의 '아는 여자'(2004), '박수칠 때 떠나라'(2005)의 조감독 출신으로 첫 장편 연출작인 '바르게 살자'(2007)을 통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라 감독이 특기인 유머와 위트, 살아 숨쉬는 캐릭터를 음악 영화의 감성과 조화시켜 만든 이 작품이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개봉일인 11월3일 가늠해 볼 수 있다. 제작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배급 시너지•롯데엔터테인먼트. 12세 관람가.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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