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경쟁률 뚫고 들어간 국회 경위들은 어떻게 일할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간 대치 상태가 길어지자 국회 경위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국회 경위들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를 점거하거나 출입구를 봉쇄하는 등 물리력 행사를 계속해 회의를 정상화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59명에 달하는 국회 경위는 평소에는 국회에서 열리는 본회의, 상임위원회 회의 등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경호업무를 맡거나, 국회의사당 내 주차를 관리하다가 경호권, 질서유지권 등이 발동되면 적극적으로 나서 회의 진행을 돕는다.
이는 모두 국회법에 규정된 것이다. 국회법 144조는 국회의 경호를 위해 경위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국회의장에 의해 경호권이 발동되면 경위는 의장의 지휘를 받아 회의장 건물 안에서 경호를 담당하게 된다.
또 국회법 145조에는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서 이 법 또는 국회규칙에 위배해 회의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에는 의장 또는 위원장은 이를 경고 또는 제지할 수 있다'고 질서유지권을 명시하고 있다.
즉, 경위들은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의원이나 당직자 등을 강제로 회의실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정상적인 회의 진행을 위한 것이라면 경위들의 행동에는 큰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국회사무처 의회경호과 관계자는 "질서유지를 위한 경위의 행동에 한정된 수위는 없다"며 "의장이나 위원장이 명령을 내리면 그것에 충실해 회의가 진행되거나 위원장이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입문이 차단된 경우나 위원장을 입장시켜야 할 경우, 다른 사람들이 몰려들어 몸싸움이 이뤄지는 것이지 저희가 먼저 몸싸움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회의가 진행돼야 하지만 회의장 문이 (누군가에 의해 막힌 상태일 경우) 질서유지권의 발동되지 않아도 문을 여는 행위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질서유지권이 발동이 되는 상황은 대부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경위에게 건강한 신체와 뛰어난 운동능력은 중요한 조건이다. 따라서 국회사무처 직종 중 유일하게 신입직원 채용시 체력시험을 실시한다.
경위 지원자들은 1차 시험에 국어, 영어, 헌법, 행정법, 행정학을 본다. 이어 1차 시험을 치른 뒤 팔굽혀펴기, 1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제자리 멀리뛰기 등 실기시험을 치른다.
그 뒤 면접시험을 거쳐 통과를 하면 의사국 의회경호과에 소속돼 근무를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채용경쟁률은 40~50 대 1에 이를 정도로 높다.
이처럼 높은 경쟁률을 뚫고 국회에서 근무를 하지만 어느 직종보다 많은 고생을 많이 한다.
실례로 최근 한·미 FTA(자유뮤역협정) 국회 비준안 저지를 위해 야당 의원들이 외통위 남경필 위원장의 회의실 진입을 막았다. 남 위원장이 회의실에 들어 갈 수 있도록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 경위가 민주노동당의 한 의원의 머리에 부딪혀 이마에 타박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을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2011년도 예산안 처리를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본회의장 입구를 막고, 이를 뚫기 위해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위 한 명이 민주당 의원에게 뺨을 맞기도 했다.
당시 폭행을 당한 경위는 폭행한 의원을 고소하며 "그간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22년간 근무하면서 질서유지권이 발생된 상황에서 수차례 업무를 수행했었다. 그 때마다 우리 부서 직원들은 단 한 순간도 정치적 가치판단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위들의 대응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다. 2008년 한나라당이 외통위 회의실의 문을 봉쇄한 채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시도하자, 민주당은 해머와 전기톱을 사용해 회의장 문을 열고자 했다.
당시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의 입장을 저지하기 위해 경위들이 소화기를 분사했는데, 이 대응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말이 많았다.
국회 안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맞기도 하고, 가끔은 과잉대응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위들의 수고를 국회의원들도 인정하는 편이다.
지난 2일 국회 외통위 남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경위가 회의실로 들어오자 한 야당 의원의 보좌진이 "뭐하려고 들어 오냐"며 큰소리를 쳤다.
그 상황을 지켜본 남 위원장은 "경위들은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행사해 그렇게 하는 것 뿐"이라며 "힘들게 일을 하는 데 보좌진들이 경위에게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도 "경위들이 고생을 한다는 남 위원장 말의 취지에 동의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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