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그리스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숨돌릴 틈도 없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의 불씨가 그리스에서 유로존 내 경제 3위규모의 이탈리아가 옮겨 붙었다.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유로존 출범 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조9000억 유로의 부채를 안은 이탈리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유로존은 물론 전세계를 불안케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경제개혁안을 제시하지 못해 7~8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에서 거센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리스는 여야가 거국내각 구성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면서 정국 불안 요소를 봉합했다.
▲ 이탈리아 왜 '시한폭탄'인가?
이탈리아가 유로존의 '시한폭탄'으로 등장한 것은 국가부채가 유로존 출범 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 그 원인이다. 여기에 이탈리아가 주유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거절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4일 6.606% 이후 연일 급상승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IMF가 경제개혁 감시단을 파견하기로 하자 자금지원을 거절했다. 또 이탈리아가 지난달 EU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재정긴축안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 시키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EU 정상들에게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26년부터 67세 이상으로 높이고 공공부문과 기업 근로자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전면적인 개혁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또 2일 긴급 내각회의를 갖고 경제개혁안을 논의했지만, 전면적인 개혁조치 실행에는 합의를 이글어내지 못하고 수정안을 채택하는 데 그쳤다.
급기야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가 약속한 개혁정책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잔여기금도 4400억유로에 불과해 유로존이 EFSF 확충에 합의하지 않으면 이탈리아 지원이 어려워진다. 기금 중 상당수는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지원에 쓰이게 돼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일단 경제개혁안 도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6일 로마에서 열린 정치집회에서 "개혁안들을 의회에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숫자를 확보할 능력이 있다"면서 "이를 통해 이탈리아 경제가 위기를 넘어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피에르 루이기 베르사니 당수는 8일 의회에서 긴축 예산안이 통과되더라도 총리 불신임 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혀 정국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정국 돌파를 위한 타개책을 찾을 수 있을지와 7~8일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EFSF 확충 등 해법이 제시될 수 있을지 국제 금융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그리스 거국내각 출범…안정국면 돌입
그리스 사태는 봉합 국면에 돌입했다. 국민투표 무산과 내각 신임안 통과에 이어 그리스 여야가 거국내각 출범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2차 구젝ㅁ융안 비준과 이행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리스 대통령실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와 제1야당인 신민당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가 새 연정을 구성해 2차 구제금융안을 준비하고 즉각 총선을 실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결국 사퇴하기로 했다. 집권 여당인 사회당과 신민당은 내년 2월19일 총선을 치르기로해 총리 거취와 새로운 내각 구성 일정을 둘러싼 갈등 요소도 줄어들었다.
합의 과정에서 신민당은 2차 구제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양당의 합의로 출범하는 거국내각은 2차 구제안을 무난히 비준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치권의 합의로 그리스발 악재가 대부분 제거된 셈이다. 새로운 그리스 총리 후보로는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ECB 부총재와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