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쇄신안을 둘러싼 내부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점입가경이이란 사자성어가 딱 들어 맞는 상황이다.
현 상태로는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대다수 의원들이 동의하지만, 해법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지난 7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직과 서울 노원을 당협위원장 등 모든 당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공식 밝혔다.
권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의 변화는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 반성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스스로 기득권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사퇴변을 밝혔다.
그는 지난 6일 김성식·구상찬·정태근 의원 등 쇄신파 의원들이 청와대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한 것에 대해 "그 취지에 공감하지만, 아쉬움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권 의원은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공동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초선의원 모임 '민본21' 간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쇄신파의 연판장 서명에 동참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저는 그동안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변화와 쇄신을 요구해 왔다"면서도 "정작 나를 버려 당을 바꾸겠다는 진정성 있는 실천은 부족했다"고 고백하며 모든 당직을 내 놓은 것이다.
그는 "당을 바꾸기 위해 자신부터 주요 당직에서 물러나 진정성 있는 실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지난 6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과거에도 (당)쇄신운동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당직 유무가 문제되지는 않았다"고 언급한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쇄신파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살아 남기 위해 책임 소재를 청와대로 돌린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8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기존에 있는 정당의 틀을 혁신을 하려면 당 지도부가 기득권을 내려 놓고 새로운 인물들과 경쟁해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현 지도부나 혁신을 하자는 분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지 않는데 어떻게 새로운 인물들이 수혈 되겠는가"라며 "본인의 기득권을 내려 놓지 않고 혁신만 하자는 건 감동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 가진 통화에서 "당직을 내려 놓으면 우리의 진정성을 믿을 것인가"라며 "국회의원 배지라도 빼면 우리의 요구 조건을 들어 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우리의 요구사항은 지도부가 변화의 중심을 잡아 달라는 것"이라며 "9일까지 당 지도부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면 그때는 어떤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선 이들 쇄신파 의원들이 앞으로 어떤 행동에 나설지 궁금히 여기고 있다.
일각에선 쇄신파 의원들이 주로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공천권을 쥐고 있는 홍준표 대표를 더 이상 압박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쇄신파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며 쇄신안을 내놓는 것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쇄신안을 내놓고 몸소 실천하는 것이 더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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