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가요계를 이끈 가수들은 없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가수들에게서 반성문을 받아내는 자리였다.
11일 서울 논현동 '클럽팬텀'. SBS플러스 '컴백쇼 톱10' 녹화현장이다. 개그맨 유상엽(30)의 사회로 그룹 'R.ef' '구피' '클레오', 가수 리아(36)가 기자들을 만났다.
컴백을 축하해야 할 상황임에도 유상엽과 제작진, 그리고 프로그램을 이끄는 MC 박명수(41) 모두 출연진을 배려하지 않는 난감한 질문들로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공백기에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전하는 가수들의 말 뒤로 유상엽은 "제작진이 R.ef 성대현의 막말 심경을 꼭 물어봐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성대현(38)은 담담한 태도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하지만 (그때 그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섭섭한 마음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드러냈다. 유상엽 등은 경청은 커녕 장난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다. 성대현은 황급히 발언을 마무리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작진의 무리한 부탁은 리아에게도 이어졌다. 리아가 마이크를 들자 유상엽은 "많은 루머들로 힘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나만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박명수가 "방송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며 유상엽을 제지한 뒤 직접 진행에 나섰다.
이후 정리되는 듯한 분위기는 유상엽이 다시 루머에 대해 물으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리아는 "'눈물'이라는 음반을 내놓고 노래는 최고의 상태였지만 나는 바닥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마약 수사를 세 번 받았고 경찰서에 48시간동안 붙들려 있었다. 마음의 상처를 받고 1년동안 공황장애와 대인공포 증세가 있었다."
리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명수와 유상엽은 "영상에서 재연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농담을 하며 서둘러 수습했다.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했다. 성대현은 "여기, 해명하는 자리인가요?"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룹 '쿨' 출신 가수 김성수(43)의 차례였다. 옛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에 대한 눈물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박명수와 함께 이 프로그램를 진행하는 탤런트 이본(39)은 길이 막혔다는 이유로 40분 남짓한 행사를 마칠 때에서야 나타나며 설상가상을 자처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을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으로 둔갑시켜버린 사디즘 뿐이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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