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는 견고했고 창은 날카로웠다. 프로축구 울산현대가 디펜딩챔피언 FC서울을 잡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정규리그 6위 울산이 19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3위 서울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에서 곽태휘, 김신욱, 고슬기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3-1로 이겼다.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방패가 이긴 것. 정규시즌에서 최소 실점(29골)으로 강력한 수비를 자랑한 울산이지만 이날은 공격도 매서웠다. 설기현~김신욱~고슬기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모두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특히 설기현은 도움 2개를 올리면서 동료들을 살렸다. 울산은 196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활용해 제공권도 장악했다.
이에 반해 서울은 득점왕(23골) 데얀이 1골을 터뜨리며 반격했지만 수비진의 어이없는 실수로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내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오히려 공격에 힘을 쏟은 나머지 울산의 역습에 혼쭐이 났다.
이로써 울산은 20일 수원삼성-부산아이파크의 6강 플레이오프 승자와 플레이오프 진출을 다툰다. 준플레이오프는 23일 상위팀의 홈에서 열린다. 서울은 최근 울산과의 5경기에서 3승2무로 무패행진을 달렸지만 중요한 챔피언십에서 제동이 걸렸고 K리그 2연패 도전에도 실패했다.
울산은 원정경기인데다 본래 팀 컬러를 앞세워 초반부터 수비적인 축구를 구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빗나갔다. 울산은 초반부터 강한 압박과 허리싸움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예상보다 쉽게 첫 골이 터지면서 울산이 분위기를 탔다. 울산은 전반 17분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수비수 곽태휘가 공중 볼을 경합하다가 떨어진 공을 오른발 강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서울이 곧장 공세를 펼쳤지만 여의치 않았다. 오히려 울산이 추가골을 넣었다. 울산은 전반 33분 오른쪽 측면에서 설기현이 올린 크로스를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높이 뛰어올라 헤딩골로 만들었다. 설기현의 크로스는 크로스라기보다 그냥 걷어내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부정확했지만 공교롭게 김신욱이 있는 위치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수비진들이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서울은 전반에 터진 2골을 모두 수비진의 방심으로 내줬다.
전반을 0-2로 뒤진 서울은 후반 시작과 함께 최태욱, 최현태를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꾀했고 만회골이 터졌다. 후반 13분 현영민의 크로스를 데얀이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골문을 흔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울산이 1분 만에 서울의 추격의지를 꺾는 골을 터뜨렸다. 설기현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왼쪽에서 쇄도하던 고슬기가 몸을 날리는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3번째 골로 이어졌다.
서울은 총공세를 펼쳐 울산을 공략했다. 기록과 소문대로 울산의 방패는 견고했다. 번번이 수비와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에 막혀 더 이상의 골이 터지지 않았다.
후반 24분 데얀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노골 처리됐고 후반 32분 최현태의 슛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등 서울은 운도 따르지 않았다. 3만명이 넘는 서울 팬들은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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