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60) 울산현대 감독은 준비했지만 윤성효(49) 수원삼성 감독은 준비하지 않았다. 미묘한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울산은 23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준플레이오프에서 연장 전·후반 포함 12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승부차기 끝에 3-1로 승리, 극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승부의 일부분이지만 승부차기를 대비한 울산과 대비하지 않은 수원의 운명은 확연히 갈렸다.
김호곤 감독은 승부차기를 예상했다. 한 차례 훈련을 가진 이유다. 울산 선수들은 첫 번째 키커가 실축했음에도 동요하지 않았고 침착하게 자신의 것을 성공했다.
특히 김신욱은 강심장을 과시라도 하듯 감각적인 칩샷으로 국가대표팀 수문장 정성룡을 따돌렸다.
김 감독은 "준비한 효과를 본 것 같다. (물론)수원 선수들이 잘 못 찼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산은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 설기현이 골포스트를 맞혔지만 루시오, 김신욱, 고슬기가 모두 성공했다. 반면 수원은 첫 번째 키커 마토가 성공했지만 염기훈, 양상민, 최성환이 모두 실축했다.
김 감독은 연장 후반 13분에 골키퍼를 바꾸는 강수도 뒀다. 이날 신들린 선방을 선보인 김영광을 대신해 김승규를 투입한 것. 경기 전에도, 경기 중에도 승부차기를 충분히 염두하고 운영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골키퍼는 김성수 골키퍼 코치가 담당하고 있어서 결정하게 했다. 예전에도 승부차기를 앞두고 김영광을 대신해 김승규를 교체 투입했는데 현명한 판단을 잘 해줬다"고 공을 돌렸다.
반면 윤 감독은 승부차기를 예상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90분 안에 승부를 보려고 했다. 윤 감독은 "승부차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 해주리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승부차기까지 가면 이틀만 쉬고 (포항과)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 것이라고 판단, 90분 안에 경기를 끝내리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연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묘한 차이였지만 결과는 컸다.
플레이오프 진출권도 얻었지만 무엇보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된 점이 크다. 울산은 2009년 이후 3년 만에 진출했다.
김 감독은 "연초부터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고 싶다고 했는데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제 울산의 상대는 정규리그 2위 포항스틸러스다. 김 감독은 "올해 리그에서 1승1패를 했고 내용도 좋았다. 체력적으로 피곤하겠지만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규리그에서 6위를 기록, 턱걸이로 챔피언십에 진출했음에도 FC서울(3위), 수원(4위)를 연파한 원동력에 대해 김 감독은 "리그를 통해 공수전환이 느리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템포 빠른축구, 한 템포 빠른플레이를 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는데 선수들이 잘 지켜줬다"고 설명했다.
울산과 포항의 플레이오프는 오는 26일 오후 3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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