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여권과 야권을 불문하고 이뤄지는 현상이다. 먼저 불을 지핀 것은 여권이다. 지난달 29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차기 대권 전망’ 토론회에서 반기문 영입론이 불거졌다. 토론회에선 “반기문 총장에 대한 영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박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 넘게 남은 만큼 성급한 행보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왔다.
그러자 야권에서도 반 총장 영입설이 나왔다. 지난 3일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반 총장의 측근들이 반 총장의 야권 대선후보 출마 문제를 타진해왔다고 전했다.
권 고문은 “반 총장 측근들이 나에게 ‘반 총장이 훌륭한 인물이고 앞으로 국가적으로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면서 ‘우리당에서 영입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시점과 그들이 반 총장의 측근인 것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그는 얘기를 나눈 시점에 대해선 “6개월 전후”라고 했으며 ‘반기문 총장의 뜻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모르겠으나 그 분들이 측근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했다.
특히, 여권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도도 전했다. 그는 “나는 여권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 하겠다”면서 “측근들이 나에게 왔을 때는 이미 여당에 안 가겠다고 얘기를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 총장 측에선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 측에선 “쓸데없는 오해도 피하기 위해 한국 방문도 2년째 안 하고 있는데 왜 자꾸 반 총장을 흔들어 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왜 정치권에선 반 총장에게 러브콜이 아닌 러브콜을 보내고 있을까. 여러 이유가 거론되고 있지만 일단 반 총장의 높은 지지율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설 경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17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39.7%를 기록했다. 반 총장의 뒤를 이어 박워순 시장이 13.5%였으며 다른 후보들은 10% 이하였다. 반 총장의 높은 지지율을 실감할 수 있는 조사였다.
또한 정치권 세력들간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반기문 영입설을 언급한 곳은 새누리당내 친박계, 새정치연합 동교동계다. 이 두 세력 모두 유력 차기 대선주자가 없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의 경우 현재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주자는 김무성 대표, 김문수 전 지사인데 이들 모두 비박계로 분류된다.
새정치연합 역시 문재인이라는 차기 주자를 보유하고 있는 친노계에 비해 동교동계 또는 비노계는 주요 대선주자가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들 세력이 의도를 가지고 반기문 영입설을 거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기문 총장의 임기가 차기 대선 전에 끝나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반 총장의 임기는 2016년 12월 31일까지다. 차기 대선인 2017년 12월까지 대략 1년을 앞둔 시점에 임기가 끝나는 것이다. 세계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직을 마친 뒤 실제 대통령을 수행한 사례도 있다. 지난 1972년부터 81년까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뒤 86년 오스트리아에서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에 당선된 쿠르트 발트하임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3년 이상 남아있지만 이 같은 이유들로 인해 정치권의 반 총장 영입설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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