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광복 80년, 자유와 책임을 다시 다시 생각한다

데일리시론 / 이정우 기자 / 2025-08-16 00:14:18
-우리의 정치 문화는 여전히 진영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
-광복절은 과거의 기념일이 아니라, 매년 새롭게 되묻는 질문이다.


 올해 8월 15일, 우리는 태극기 물결 속에서 광복 80주년을 맞았다. 선열들이 목숨과 피로 되찾은 나라, 다시 빛을 본 국토와 주권이다. 그러나 광복의 햇살은 정치의 골짜기까지 깊이 스며들지 못한 듯하다. 해방 직후 남과 북이 갈라지고, 남한 내부가 좌우로 찢겨 서로를 ‘적’이라 부르던 그 시절의 그림자가 여전히 우리 정치의 언어 속에서 살아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문화는 여전히 진영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 여야는 광복절 경축사조차 서로를 공격하는 장으로 삼았고, 국민이라는 단어는 정치적 수사 속에서 힘을 잃었다.

 

정치가 대립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대립이 곧 증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남긴 “하늘이 내린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말처럼, 지도자는 자신의 사익이 아니라 민족과 국민을 먼저 두어야 한다. 오늘의 정치권은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가.

 

광복은 ‘자유’를 되찾은 날이지만, 자유는 ‘책임’을 동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책임 없는 자유는 방종이고, 방종은 나라를 다시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해방 직후의 혼돈에서 우리는 이를 뼈저리게 배웠다. 그러나 80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의 언어와 행태에서 그 교훈이 보이지 않는다.

 

윤동주 시인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적었다. 지금 우리 정치에 필요한 것은 승자의 함성이 아니라, 패자를 껴안는 마음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진영 간 ‘완승’이 아니라, 나라를 위한 ‘공존’이다.

 

80년 전, 선열들은 태극기를 품고 ‘함께 사는 나라’를 세우려 했다. 광복절은 과거의 기념일이 아니라, 매년 새롭게 되묻는 질문이다. 우리는 그 빛을 오늘의 정치 속에서 어떻게 지킬 것인가. 자유를 다시 묻고, 책임을 다시 세울 때 비로소 다음 100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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