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국내 재단이 대신 판결금 지급하는 해법 공식 추진

외교·안보 / 이승협 기자 / 2023-03-07 08:26:00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가 없어 '반쪽 해법'이라는 비판
-일부 피해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이 해법의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
▲ 사진=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 [제공/연합뉴스]

 

정부가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해법을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계기로 한일관계는 전면적 회복 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지만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가 없어 '반쪽 해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이 해법의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회견을 열고 국내 의견 수렴 및 대일 협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 같은 한국 주도의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역시 판결금 등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총 15명이다. 일본제철에서 일한 피해자,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일한 피해자,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3개 그룹이다.

이와 별도로 대법원에 계류돼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제징용 소송 9건을 비롯해 국내 법원에서 다수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포스코를 비롯해 16개가량의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의 자발적 기부로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일본 기업의 참여도 원칙적으로는 열려 있다.

박진 장관은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고기업인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의 참여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책임이 끝났다는 원칙상 피고기업의 판결금 참여를 거부해왔다.

일본 기업이 판결금 조성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한일 양국의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미래청년기금'(가칭) 공동 조성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은 기업의 자발적 기여로 재원을 마련해 나가는 한편 피해자·유족 등 원고를 개별적으로 만나 판결금 수령에 대한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생존 피해자 3명은 모두 정부 해법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지원단체와 대리인단도 정부 해법에 대해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강제집행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도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짓밟은 2차 가해이자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은 이날 해법 발표를 즉각 환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오늘 한국과 일본의 발표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들 간의 협력과 파트너십의 신기원적인 새 장을 장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중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등 장기간 중단된 한일 간 셔틀 외교도 재개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자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한일 정상이 양국을 오고가는 것이 중단된 게 지금 12년째 됐다"며 양국 간 이에 대한 논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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