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더 이상 ‘견디기만 하는 경제’는 안 된다.

칼럼일반 / 발행인 기자 / 2025-04-14 01:05:36
트럼프發 관세 전쟁, 수출에 의존해 생존해온 한국 경제 정면으로 때려
우리는 지금'유예된 위기'한가운데 서 있어 …“정치적 위기 지났지으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

 한국경제는 긴 겨울을 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라는 말조차 믿기 힘

▲발행인
든 정치적 격랑이 시작되면서 이 나라는 고요하게 흔들렸다. 불확실성은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기업은 투자 버튼을 멈추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치 리스크는 마침내 큰 산 하나를 넘었다. 시장은 안도했고, 사회는 조심스럽게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몸짓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바깥에서 더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관세 전면전 선언은 세계 경제를 흔들었고, 특히 수출에 의존해 생존해온 한국경제를 정면으로 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관세 예고와 다시 내린 90일 유예 결정은 불확실성 그 자체다. 우리는 지금 ‘유예된 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정치적 내우는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그 공백을 채운 것은 더욱 예측불가능한 대외 리스크다. 과거엔 안으로부터의 혼란이 우리를 흔들었지만, 이제는 세계 무역질서 자체가 요동치고 있다. 미·중 간의 장기전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경제 전쟁’이라는 낯선 현실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수출을 지키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수출금융 확대, 고위급 경제안보 회의, 통상 대응 TF 등 모든 정책역량이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내수 회복이라는 더 근본적인 과제에는 여전히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진짜 활력을 불어넣지 못한다면, 수출마저 흔들리는 지금의 위기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렵다.

 

우리보다 먼저 움직인 주변국들의 대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국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중국은 이미 수차례 내수 부양책을 쏟아냈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긴급추경’조차 충분히 힘을 싣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다. 지금은 과감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경제의 바닥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JP모건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7%로 하향 조정했고, 다른 해외 기관들도 잇따라 0%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숫자가, 이제는 가능한 시나리오로 논의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과거 경제위기 수준에 달했다"며 냉정한 경고를 던졌다.

 

정치는 정리를 향해 가고 있지만, 경제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다. 짧다면 짧은, 그러나 절박한 ‘90일의 시간’ 안에 우리는 방향을 다시 세우고,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 멈춘다면, 다음 위기에는 설 자리가 더 좁아질지 모른다.

 

경제는 숫자로 표현되지만, 결국 사람의 삶이다. 더 이상 ‘견디기만 하는 경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품위 있는 정책 리더십과 절실한 국민적 공감이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 번 위기를 넘어왔다. 이번에도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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