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의 건강 및 생활습관에 관한 조사'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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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
우리나라 청소년의 건강 상태는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잠도 모자라고 아침도 거르기 일쑤라서 그런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청소년의 건강 및 생활습관에 관한 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평균 수면시간은 약 7시간 18분이며 절반 이상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주일에 이틀 이상 아침을 거르는 등 건강과 관련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5∼7월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초·중·고교생 8201명(남학생 4261명·여학생 3940명)과 교사 310( 초 105명, 중 90명, 고 115명)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청소년의 기본권으로서의 건강 침해는 없는지 사회 구조적 건강 격차는 없는지 분석하는 것이 과제였다.
잠 부족 이유 첫번째는 '공부'
조사 결과 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18분으로, 초등학생 8시간 41분, 중학생 7시간 21분, 고등학생 6시간 3분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수면재단이 권장하는 초등학생 수면시간은 10∼11시간, 10대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은 8∼10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수면시간(8시간 22분)과 비교하면 한국 청소년의 수면시간은 매우 짧은 편이다.
실제 우리 청소년들의 응답자 절반 이상인 55.2%가 수면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잠이 부족한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는 공부라는 응답자가(62.9%) 가장 많았다. 이어 인터넷 이용(49.8%), 학원 및 과외(43.1%), 채팅(42.7%) 등 순이었다.
이를 크게 나누어 보면 학습과 정보기기 이용 두 가지가 수면 부족이 중요 원인이 됨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경제 형편이 어려울수록 수면 시간도 짧았다는 것이다.
가구 경제 수준을 상·중·하로 나눴을 때 '상'에 해당하는 청소년의 수면시간은 7시간 37분, '중'은 7시간 10분, '하'는 6시간 52분으로 조사됐다.'
학생 1/3은 체육 시간 이외 운동 시간 전혀 없다고 답해
또 체육활동 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2.64시간으로 조사됐다. 학교에서 운동하지 않으면 운동 자체를 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은 사실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심지어 고교 3학년인 경우는 더 하다. 입시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정식 체육 시간에도 신체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6.9%에 달했다. 자습시간을 주거나 운동하고나면 피곤해져서 운동장 나가는 것이 싫다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된 지금 조사를 해 보면 이 수치는 더 크게 증가해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결과가 학생들의 33.1%가 학교 정규 체육 시간 이외에 학교나 학교 밖에서의 운동 시간이 전혀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집안의 경제 수준에 따라 운동 시간도 차이를 보였다. 경제 수준이 '상'인 학생 가운데 체육 시간 외에 주 3일 이상 운동한다는 응답자는 41.3%에 달했다. 경제 수준이 '중'인 경우와 '하'인 경우는 주3일 이상 운동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각각 30.1%, 31.2%였다.
일주일 동안 아침 식사를 한 날은 평균 4.84일, 저녁 식사를 한 날은 평균 6.49일로 조사됐다. 저녁 식사를 했더라도 평균 1.47일은 라면, 빵, 삼각김밥 등 간편식으로 때운 것으로 나타났다.
초경을 경험한지 1년 이상된 여자 청소년의1.6%는 돈이 없어 생리대를 사지 못한 경우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빈빅빈부익부 현상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청소년들은 학업 위주 생활환경으로 인해 건강의 기본요소라고 할 수 있는 운동, 영양, 휴식에 있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며 "운동과 영양, 휴식이 학습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 청소년의 87.6%와 교사 91.3%는 실생활에서 청소년의 건강권이 지켜지고 있다고 답해 실제 상황과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입시에 올인해야 하는 우리나라 대입 체제 특성상 이런 결과는 더 개선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체육을 우습게 보고 건강 지키기를 등한시하는 교육 체계에서 청소년 건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날카로운 지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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