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집은 삶의 시작이 아닌, 인생 전체 저당 잡히는 빚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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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응은 단기적으로 주춤했다. 과열 양상을 보였던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소폭 낮아졌고, 거래량 역시 일부 감소했다. 그러나 그뿐이다. 여전히 ‘똘똘한 한 채’는 굳건하고, 부동산 시장의 불씨는 살아있다. 그간 수도권에 몰렸던 투기적 수요가 꺾이자 일부는 지방으로 흘러가며, 수도권과 지역 간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책은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남은 정책 수단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체질을 바꾸고 서민과 청년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방향의 정책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지금의 부동산 구조는 명백히 ‘불공정’하다. 다주택자가 재산을 축적해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후진국형 자산 승계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수도권 주요 지역의 집값은 상상도 못 할 수준으로 뛰었고, 청년층과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은 꿈이 아닌 환상이 되었다. 반면, 주택을 자산으로 삼은 상위층은 여전히 버틸 여력이 있고, 정책을 우회할 방법을 알고 있다.
어느 교수는 "이제는 수도권 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양극화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축을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지적이다. 수도권에 치우친 주택정책은 결국 사회 전체의 주거 불균형과 계층 분리를 고착화시킨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적 해법이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유세 강화와 함께, 실수요자인 무주택 청년층과 신혼부부, 서민층에 대한 과감한 대출 규제 완화와 맞춤형 금융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예를 들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한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기존보다 더 높게 적용하고, 청년과 신혼부부에 대해 정부가 일정 비율의 보증을 서는 방식의 금융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이 단순한 '완화'가 아닌, '기회의 균형'을 위한 정책이라면 당연히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수도권과 지역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부동산 정책의 전환도 절실하다. 교통, 교육, 산업 인프라가 수도권에만 집중된 한, 부동산 수요 역시 쏠릴 수밖에 없다. 주택 공급만으로 집값이 안정된다는 단순한 접근을 버리고, 지역 균형발전과 연계된 종합적 주거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집 한 채’는 인간다운 삶의 최소한이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에게 집은 삶의 시작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저당 잡히는 빚의 시작이다. 비정규직, 불안정한 고용, 가파른 물가 상승 속에서 수천만 원의 전세금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지금의 금융 규제는 좌절감만 안긴다.
어떤 청년은 말한다. “우리 부모는 10년 일해서 아파트를 샀는데, 우리는 평생 일해도 반전세가 전부입니다.” 과연 대한민국은 이 청년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물론 정부의 고민도 이해는 간다. 자산 불평등을 막기 위해 부동산 상승을 억제해야 하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억제도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모두를 동일한 잣대로 묶는 방식은 공정하지 않다. 투기꾼과 무주택 서민을 같은 선상에 놓고 규제하면, 결국 기득권은 남고 실수요자는 밀려난다.
‘부동산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것은 투기와 불로소득을 막는 동시에, 국민 개개인의 삶에 안정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집을 통한 자산 형성의 길이 오직 상류층만의 특권이 되는 것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1주택 실수요자에게는 기회를, 다주택 투기자에게는 책임을 묻는 차별화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우리는 바란다. 이번 대책이 단지 ‘가격 억제’가 아닌 ‘삶의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 되기를. 청년들이 결혼을 꿈꾸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집 한 채가 사치가 아닌 당연한 권리가 되는 세상을.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앞장서 만들어야 한다. 주거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은 단순한 시장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사회의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묻는다. 과연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청년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미래 세대의 내 집 마련이, 더는 가난과 절망의 동의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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