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경제가 멈춘다, 정치는 어디? ... 위기는 조용히 오지 않는다

칼럼일반 / 발행인 기자 / 2025-05-06 17:22:59
대한민국號 흔드는 환율과 정쟁의 소용돌이
혼돈의 환율전쟁, 정치 공백이 위기를 키운다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다시 앞세우며 주요 국가들과의 통상 협

▲사진=발행인
상에서 공세를 늦추지 않는다. 달러 강세와 금리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과 재무당국은 환율 방어와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 혼란이 지속되며, 경제의 중심축마저 흔들리고 있다. 위기는 조용히 오지 않는다. 조짐은 이미 명확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최근 발언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는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를 가라앉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현재 환율은 단기 흐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으며, 미중 간 통상협상부터 미국 재무부의 환율 감시 메시지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정치는 공백과 혼선 속에서 헤매고 있다. 총재의 말대로 “우리는 정치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외부 시선은 다르다.” 이 대목은 특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 우려스러운 건 대외 변수에 대응해야 할 정부의 경제 사령탑이 사실상 부재 상태라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장관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혼선은 국가 신인도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외환시장과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한국 리스크’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느냐”는 외신 기자의 질문은 단순한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세계 시장의 냉혹한 평가일 수 있다.

 

이제 금리 정책은 경기 둔화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지를 열어두었고, 그 배경에는 소비 위축과 투자 급감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단기적 ‘진통 완화’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를 무리하게 내렸다 되돌릴 여력이 없어질 경우, 향후 정책 대응은 더 어렵게 된다.

 

가계부채 문제 역시 심각하다. 금융당국은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대출 한도가 줄고, 자금 조달의 숨통이 조여오는 구조다. 이는 경기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까지 부채가 누적되었기에 나온 결정이다. 정치권이 부동산 문제와 민심을 고려해 손을 놓고 있던 그 사이, 금융 시스템은 점점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위기 징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세대출 보증 축소,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 그리고 정치 일정과 엮인 정책 결정 지연. 이 모든 요소가 하나로 겹쳐질 때, 그것은 ‘복합 위기’가 된다. 지금이 바로 그 초입이다.

 

대한민국은 무역과 투자, 그리고 대외신인도에 민감한 나라다. 그 어떤 국가보다 정치적 안정성과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정치는 갈등과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며 오히려 실질적 경제 대응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민생의 현장은 이미 체감하고 있다. 투자는 얼어붙고,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조용한 정치’다. 경제가 위기로 빠져들기 전에, 최소한의 안정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 금융정책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통화정책은 외교적 협상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경제를 발목 잡는 요소가 아니라, 지지대가 되어야 한다.

 

국가 경제는 정치가 안정되어 있을 때만 제대로 작동한다. 지금 이 위기의 문턱 앞에서, 경제 수장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이는 결국 정치를 책임지는 이들이다. 이제 그들의 책임을 촉구할 시간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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