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세법 속 국민의 삶은 있는가? … “코스피 5000보다 민생이 우선”

칼럼일반 / 편집국 기자 / 2025-08-24 19:18:39
-세금은 기술이 아니라 국민 생활의 선언
-성장 지상주의가 가린 교육·주거·복지의 과제


 사람의 영혼은 어디에 돈을 쓰는가에서 드러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헌법 전문의 장엄한 수사보다, 예산과 세제 속에 담긴 방향이 그 나라의 실체다. 이번 2025년 세법개정안은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무산된 후 배당소득세 인하와 양도세 완화가 이어졌다. 집권여당이 당정 합의안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나서는 이례적 장면까지 나타났다. “코스피 5000”이라는 구호가 마치 국가적 목표처럼 울려 퍼진다. 하지만 그것이 국민 다수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증시는 오를지 몰라도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는 낮아지지 않는다.

 

정작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현실은 곳곳에 도사린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은 가계부채를 압박하고, 청년은 취업과 주거를 동시에 걱정한다. 고령층 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인데, 노후 소득 보장은 여전히 취약하다. 돌봄과 교육 부담은 가정마다 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세법개정안 어디에도 이런 문제를 풀어줄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민생은 공짜로 지켜지지 않는다. 공공임대주택 확충, 보육·돌봄 서비스 확대, 의료 안전망 강화, 지역 균형 투자 등은 모두 막대한 예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세제 개편은 이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미국이 경기부양과 동시에 아동세액공제, 의료보험 지원을 강화하고, 유럽이 교육·복지 지출 확대를 우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법은 곧 민생정책이다.

 

그러나 한국의 세법은 여전히 기업 감세와 증시 부양에 치우쳐 있다. 정부의 세법 설명 자료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는 수십 차례 나오지만 ‘국민 삶’은 찾기 어렵다. 서민 생활 안정과 직접 연결되는 세제 개편은 외면된 채, 효용성이 의심되는 카드 소득공제 같은 제도는 유지된다. 보유세·부유세 개편, 신세대 복지 재원 마련 같은 과제는 유보됐다.

 

조세지출 구조도 문제다. 기업에는 각종 세액공제가 이어지지만, 서민에게 돌아가는 직접적 혜택은 제한적이다. 돌봄·교육·의료비 경감을 위한 세제 혜택은 미약하고, 노후 준비를 위한 연금 세제는 불충분하다. 국민 다수의 삶은 늘 “다음 과제”로 밀려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증시 지수에만 열광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코스피 5000이 달성된들, 전세 사기와 청년 부채에 시달리는 국민이 체감할 변화는 없다. 주식투자자 집단의 이해가 정치의 중심으로 떠올랐지만, 다수 국민의 삶은 여전히 정책의 주변부에 머문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지수나 성장률이 아니다.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집, 노후를 지켜줄 연금, 아플 때 의지할 의료, 교육비에 짓눌리지 않는 삶이다. 결국 조세정책은 국민 개개인의 삶을 지켜줄 토대여야 한다.

 

국가의 영혼은 말이 아니라 돈이 증명한다. 지금 세법에는 국민의 삶이 보이지 않는다. 증시의 세계에만 응답하는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 생활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세정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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