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조달 비용 ‘급등 경고’…기업과 공공부문도 타격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3대 신용평가사(S&P·피치·무디스) 가운데 마지막으로 신용등급 강등 결정을 내린 셈이다. 피치가 지난해 8월 미국의 등급을 ‘AAA’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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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발행인 |
미국이라는 경제 패권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전 세계 경제에 심리적 충격을 준다. 하지만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단순한 충격파를 넘어 실제 파급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그 중심에는 원·달러 환율이 있다.
통상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달러화는 약세로 전환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단순한 달러 약세로 설명되지 않는다. 원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반면 달러는 여전히 ‘안전자산’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아이러니는 투자심리의 미세한 진폭만으로도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결국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 떨어진 미국’보다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더 큰 한국’을 위험하게 보는 것이다.
실제로 무디스의 발표 직후,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17일 오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기록 중이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주간거래 종가가 1,389.6원을 기록하며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던 상황이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글로벌 뉴스가 국내 외환시장을 정반대 방향으로 되돌린 것이다.
“미국 문제, 곧 한국의 문제”…정밀 대응 체계 시급
'기축통화국의 흔들림'…환율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
아이러니한 자산 회피…“달러보다 원화가 더 위험하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환율 상승 이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이는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 있어서도 더욱 곤란한 선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미국 연준(Fed)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 전까지, 한국은 독자적인 완화 정책을 펴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결국 금리 차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까지 겹치면, 한국 금융시장은 압박의 3중고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신용등급 하락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을 재조정하게 만든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전 세계 채권금리 역시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이는 한국 기업들의 외화 조달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외화표시 채권 비중이 높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은행권은 부담이 더욱 클 것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이 다시 부각되는 시점이다.
결국 이번 무디스의 결정은 단순히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 ‘기축통화국의 불안’은 세계경제의 동요로 이어지고, 특히 신흥국 통화와 금융시장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환율 안정, 물가 관리, 자본 유출 차단 등 다양한 방어 수단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번 사태를 단기적 충격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장기적인 위기 관리 프레임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외환시장에 대한 정밀한 개입과 정보 전달, 투자심리 안정을 위한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경제의 기초체력과 위기 대응력 없이는, 초강대국의 흔들림마저 고스란히 ‘우리 문제’가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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