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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 남영진 논설고문] 지난달 7월13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태국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서울에 한창 더위가 시작될 때여서 친구들이 “아니 이 더위에 남국인 태국에 더위 맞으러 가냐?”며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이미 8년째 여름 태국여행이라 태국이 서울보다 더 시원하게 여름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골프장이 대부분 산간에 있어 서울보다 시원했다.
나이 50이 다된 2003년 골프를 배웠다.주말골프를 치느라 공기업 임원 3년 임기를 마칠 때쯤에서 100타를 겨우 깰 수 있었다. 이때부터 휴가 때 친구와 후배들과 팀을 짜서 몇 번 일본, 필리핀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골프장에 가본 적이 있다. 태국지역은 한국인이 많이 가는 북서쪽 미얀마 국경지역의 칸차나부리, 방콕서 3시간 거리의 중부 나차부리, 옛 수도 아유타야 근처 그리고 남서쪽 태국국왕의 바닷가 하계별장이 있는 후아힌 등을 다녔다.
칸차나부리 지역은 영화 ‘콰이강의 다리’가 있는 산간지역이어서 여름인데도 날씨가 한국의 가을 날씨 같았다. 아침 일찍 나가서 18홀을 돌고 점심 먹고 다시 18홀을 돌아도 저녁5시면 운동을 마치고 샤워하고 느긋하게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집사람은 나보다 5년쯤 뒤에 골프를 배워 칸차나부리와 나차부리, 그리고 동북쪽 캄보디아 국경으로 이어지는 카오야이 산맥 중간에 있는 팍총의 시암, 마지막으로 이번에 다녀온 나라이힐CC 등을 함께 다녔다.
▲사진=필자가 직접촬영한 나라이힐 골프장 주위풍경, 해당 골프장은 2014년 10월에 한국의 한 건설사가 9홀을 확장한 골프 코스 ⓒ데일리매거진
2007년 친구들과 남서쪽 방콕만의 해변에 있는 5성급 밀포드호텔 골프장도 갔다. 1997년 한국보다 1년 먼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 받아 태국의 좋은 골프장들이 거의 부도상태였다.한국인이 10년 만에 인수해 운영하기 시작한 곳이었다. 이곳은 시작단계라 벙커 모래에 풀이 자란 곳도 있고 페어웨이의 잔디상태도 좋지 않았으나 5성급 호텔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즐기는 석양의 분위기가 좋았다. 후아힌 시내에 나가 푸짐한 해산물 요리의 추억이 남아있다.
이번에는 대학 친구들과 1주일 태국골프여행을 갔다. 현대해상보험에서 35년 근무하고 임원을 거쳐 자회사 CEO를 지낸 이동주, 환경관련 중소기업 CEO인 정상국사장이다. 고려대 73학번인 우리는 대학 6-7년간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같이 하면서 신앙공동체로 지냈다. 하계 농촌봉사활동과 겨울피정 등을 함께해 과 친구들보다 더 친했다. 졸업 후 결혼해 아이들이 유치원 들어갈 때부터 10여 가족이 방학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다녀 아이들까지 친했다.
이 친구들과의 첫 태국 골프여행이라 설레었다. 국내서는 간간이 골프를 쳤지만... 서울이 매일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때라 국내 골프장을 찾지 않던 때였다. 골프를 즐기려면 적어도 4가지가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건강, 둘째 돈과 시간, 셋째 맘에 맞는 동반자, 마지막으로 배우자의 동의가 필수다. 집사람이 흔쾌히 동의했다. 지난해 싱글골퍼인 처남이 제의해 집사람과 셋이 갔던 곳이다.
우리 부부는 그간 동, 하계 방학 중 10여 번 방콕에 머물면서 고려대 동창회 선후배들과 근교 싼 골프장을 다녔다. 그래서 답답한 골프텔은 싫었다. 2010년 작은딸이 방콕에 직장이 생겨 3년간 머문 적이 있다. 대학교수시절이라 방학 때마다 집사람과 딸의 아파트에서 수왓나폼공항 근처의 유니코와 민부리지역의 타놈, 윈저팍등 싼 골프장을 골라 다녔다. 집사람과 함께 갔던 골프텔 라차부리와 시암은 싸긴 했지만 밤에는 할 일이 없어 답답했다.
▲사진=필자가 직접촬영한 나라이힐 골프장은 2014년 10월에 한국의 한 건설사가 9홀을 확장한 골프 코스 ⓒ데일리매거진
태국공항에 내리면 골프장에서 사람이 나와 내 이름이 적힌 쪽지를 들고 기다린다. 만나서 한국에서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낯선 동반자와 함께 차를 타고 3-4시간 고속도로와 산간도로를 달린다. 다음 날부터는 조식 골프 중식 골프 석식과 맥주한잔. 그리고 마사지나 한국 TV를 보다가 자는 일정이다. 그래서 해외골프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골프장 이름만 알고 지역 이름이나 근처 도시나 관광지등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래서 1주일 정도 있다 보면 서울 있을 때보다 국내 사정에 더 밝아진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골프장엔 뉴스 전문채널 YTN, 그리고 KBS월드나 아리랑TV등이 들어와 있어 YTN 뉴스는 같은 뉴스를 4-5번 듣게 된다. 저녁에 낯을 튼 다른 골퍼들과 대화를 나눌라치면 거의 뉴스 해설자가 되어간다. 조심스레 대화 상대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출신지역, 직장 등을 파악한 뒤 대화를 나누어야 얼굴 붉힐 일이 없어진다.
직장을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는 골퍼들은 우리처럼 한 달간 방콕에 머물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처남과 같이 갔던 나라이힐은 다른 데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27홀의 3코스가 있는 태국리조트인데 2개의 호텔과 수영장, 방갈로가 있는 골프텔이었다. 주변 도시에 나올 수는 없었지만 지내기는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 대학 친구 2명이 합류해 4명이 한 팀을 짰다. 집사람은 일도 있고 퇴행성관절염 때문에 당분간 골프를 못해 이번에는 빠졌다.
▲사진=필자가 촬영한 나라이힐 골프텔 입구의 국기들, 왼쪽 우리나라 태극기부터 일본 태국 미국기등 4개만이 걸려있다. ⓒ데일리매거진
이번에 나라이힐서 10여 번 라운딩하면서 86타-90타까지 쳤다. 실력이 좀 는 것 같았다. 이동주사장은 워낙 장타여서 80대 초중반을 쳤다. 싱글인 처남과 드라이브 비거리가 비슷했으나 욕심을 내다 가끔 오비나 해저드로 날려 점수를 까먹었다. 나와 둘이서 하루 54홀을 치고는 처음이라며 좋아했다. 정사장은 내가 골프를 시작할 때 가르쳐주었던 보기플레이어였으나 사업때문에 10여년 골프를 끊고 지난5년 전부터 다시 클럽을 잡았다. 비거리는 길었으나 숏게임이 약해 점수는 나랑 비슷했다.
1주일후 이들을 공항에서 보내고 나는 방콕의 비즈니스호텔서 10일간 더 머물면서 전부터 친했던 선후배와 6-7번 라운딩을 했다. 이미 1주일 전지훈련을 한터라 자신했는데 첫날 89타를 치고는 날이 갈수록 점수가 늘어났다. 돌아올 때는 100타가 넘었다. 내가 화가나 부어있으니까 선배가 “태국에 와서는 처음 라운딩때 점수가 가장 좋다더라.”며 위로했다. 다른 후배도 “골프와 마누라는 자기 맘대로 안 된다던데요.”라며 웃겼다.
지난 8년간 태국골프여행을 다니면서 20-30번 치고 가면 1년에 1타정도 줄어들었다. 그래서 애버리지가 92-93정도 된다. 이번에도 나라이힐 최저 84타, 방콕최고 100타였으니 평균 92다. 서울에 돌아가면 1,2타 더 줄게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귀국비행기에 올랐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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