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방콕기행-④> '한 방에 훅 간다'…'동굴소년' 극적 구조로 신뢰 회복하는 새 태국왕

남영진의 세상이야기 / 남영진 논설고문 / 2018-08-30 09:05:37
"극적인 생존체험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국민들과 기쁨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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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영진 논설고문


[데일리매거진=남영진 논설고문] 태국에서 6월말 동굴에 갇혔다 7월초 구출된 동굴소년들 구조이후 태국의 와치랄롱꼰(66) 새국왕이 ‘모든 수단 동원해 구조’지시로 국민들의 신임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반면 4년 전 4월 진도의 맹골수도에서 침몰한 세월로 사건 때 7시간동안 국민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후 촛불시위서 국민들에게 탄핵을 받고 감옥에 들어가 있다. ‘한 방에 훅 간다.’는 항간의 농담을 실감케 한다.


지난 7월 1달간 태국에 체류할 때 태국의 TV에서는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클럽 소속 유소년 선수 12명이 동굴에 갇혔다가 극적으로 구조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국가재난에 준하는 사건인데다 이들이 지방의 어린 축구부원들이었기에 국민들은 조바심을 냈다. 소년들과 코치 등 13명은 지난 6월 23일 북부 미얀마와 라오스 국경지대인 매사이 지구 탐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16일 만에 구조돼 전 세계의 전파를 탔다.


실종돼있던 13명을 처음으로 찾아낸 것은 영국인 다이버 2명. 다이버 존 볼랜던과 리처드 스탠턴이다. 이들은 동굴 속을 잠수해 들어가 소년 12명과 코치 1명의 생존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두 사람은 아이들의 동영상까지 촬영해 외부에 전했다. 이들은 13명이 실종된 사실이 알려진지 사흘 뒤에 동굴을 탐사한 것이다.


태국 당국은 이들에게 직접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잠수해 들어간 이들은 수척해진 코치와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아 방영했다. 그러나 장마로 불어난 빗물 때문에 스스로 수중 잠수를 해야만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져 가족들은 물론 온 국민들을 불안에 빠졌다. 발견 당시 이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상태였다. 하지만 통로가 좁고 물로 가득한 동굴을 빠져나오려면 수영과 잠수가 불가피했다. 이들은 기본적인 수영과 잠수 장비 사용법을 배웠다.

스탠턴은 영국 코벤트리 지역의 소방대 소속 소방대원으로 활동하다 은퇴했다. 그는 2004년 멕시코 동굴 속에서 갇혀있던 영국인 6명을 구출하는 작업에 참여해 2012년 대영제국훈장(MBE)까지 받았다. 스탠턴이 당시 동굴에 들어가 물을 무서워하던 실종자들을 설득해 180m나 잠수해 동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인도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수영을 못하는 소년 12명을 가르쳐 구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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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왕은 군 출신인 총리와 군 참모총장, 경찰청장에게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들을 구조하라고 지시했다.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이 투입됐다. 이 과정은 실시간 TV로 중계됐다. 이 과정에서 사투를 벌이던 사만 푸난 네이비실 대원이 희생됐다.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동원되고 태국 해군, 경찰이 동원돼 7월8일 아침부터 구조작업을 시작한 지 7시간 40분 만에 첫 구조자 몽꼰 분삐엠 군(14)이 나와 탄성을 질렀다. 이어 4명이 나왔고 다음날 4명이 추가 구조됐다.

마침내 구조 3일째인 10일 오전 구조당국은 19명의 다국적 구조팀을 투입해 동굴에 남아 있던 생존자 5명까지 구출해냈다. 엑까뽄 찬따웡 코치도 소년들을 다 내보낸 뒤 마지막에 구조돼 국민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태국 네이비실은 10일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구조임무 완료’라는 소식을 알렸다. 구조된 소년들은 헬리콥터에 실려 인근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고 가족들을 만났으며 극적인 생존체험을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국민들과 기쁨을 나누었다.

며칠 지나 건강을 회복한 7월 중순 이들이 다시 TV에 나타났다. 소년 12명중 기독교인 1인을 뺀 11명이 코치와 함께 치앙라이주의 사찰에 입소하는 장면이었다. 밝은 얼굴로 모두 머리를 빡빡 밀고 붉은색 가사장삼을 입고 9일간 절 생활을 하는 장면이었다. 승려 체험을 하는 현장도 매일 방영됐다.


입소 전 특별의식이 있었다. 구조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만 전 네이비실 대원의 대형 사진 앞에 새 승복을 바친 뒤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또한 네이비실 대원을 비롯해 자신들을 구조해준 국왕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의미였다. 이 행사에는 부모와 친지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9일간의 승려생활을 마친 뒤 흰색 티셔츠와 파란색 바지로 갈아입은 뒤 가족에 품에 돌아갔다.


불교 귀의 의식이 끝난 뒤 구조대원들의 활약상을 담은 사진 4천여 장을 전시하는 행사도 열렸다. 코치는 이들과 함께 9일간 지내다 3개월가량 수도승 생활을 더 하기로 했다. 불교도가 주류인 태국 등에서는 남성들은 얼마간 사찰 생활을 통과의례처럼 치른다. 의식에 참여하는 남성들은 법명(法名)을 받은 뒤 계율에 따라 생활하며 명상 수련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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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4월06일 현 왕조인 차끄리 왕조 건립일을 기념해 20바트와 50바트, 100바트 3가지에 새 국왕의 초상이 새겨진 신권 ⓒ데일리매거진


지난 2016년 말 즉위해 아직 정식 취임식도 하지 않은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은 라마(RAMA)10세라고 불린다. ‘라마’는 옛 인도의 ‘불교왕’을 뜻한다. 불교가 실질적 국교인 태국에서는 정치적인 국왕은 정신적인 불교사원의 종정역할도 함께 한다. 그러나 현 국왕은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전 국왕만큼 국민적 존경을 받지 못했다.


세 차례나 결혼을 했지만 모두 끝이 좋지 않았을 만큼 사생활이 복잡했다. 도박 소문도 있다. 300억 달러(약 33조 원) 이상의 왕실재산을 승계한 것으로 추정된다. 친탁신파는 탁신총리와 그 여동생 잉랏 총리를 잇달아 축출한 군부가 정권 민간이양 약속을 계속 연장해와 새 국왕이 군부를 밀어주는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동굴소년 구조이후 ‘스트레스 해소’ 탓인지 국민들의 분위기가 조금씩 국왕지지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한다.


그간 70여 년간 전 국왕의 초상이 새겨진 지폐만 사용하다 지난 4월6일 현 왕조인 차끄리 왕조 건립일을 기념해 20바트와 50바트, 100바트 3가지에 새 국왕의 초상이 새겨진 신권이 나왔다. 500바트와 1000바트 신권은 국왕의 생일인 7월 28일 발행됐다. 28,29일은 마트에서도 술을 팔지 않고 경건하게 지냈다. ‘불교왕’이 소년들의 불심으로 힘을 받고 있는 것인가.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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