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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 남영진 논설고문]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 국가를 여행할 때 눈에 띄는 것이 싸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 태국 방콕의 유명한 야시장 짜뚜짝에 가면 먼저 인파에 놀라지만 태국 꼬치구이 등 음식의 다양성에 군침을 흘린다. 지난 6년간 여름 겨울마다 방콕에 1달 정도 체류하면서 가장 맘에 드는 점이 음식 값이 싸고 우리 입맛에 맞는 것이었다.
어느 나라 음식이나 잘 먹는 나야 그렇다 치고 함께 다니는 집사람의 까다로운 미각을 만족시킬 정도여서 ‘세계 6대 요리’라는 평판을 받을 만하다.
방콕에선 굳이 유명한 야시장을 안가더라도 스쿰빛, 통로, 아속거리 등 외국인이 많이 살고 호텔이 밀집되어 있는 골목만 가도 아침부터 밤까지 거리에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비닐에 담은 10바트(약300원)짜리 밥부터 30바트 짜리 쌀국수, 고기 꼬치구이, 메기나 역돔(민물도미) 소금구이에서부터 아이스커피, 태국식 과일 빙수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즐비하다. 볶음밥요리, 수프, 해산물요리도 많다. 중간 중간 노상 매대에는 갓 따온 바나나 파파야 파인애플 등은 기본이고 망고 망고스틴 두리안 등 열대과일이 풍성하다.
한국 사람들도 좋아하는 대표적인 태국음식은 똠양꿈, 솜땀, 팟타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태국 음식점들이 늘어나 젊은이들은 많이 찾는다.
팟타이는 방콕의 통로(thongno) 골목에 ‘세계에서 5번째 잘하는 집’이라는 간판이 내걸려 있고 점심때면 줄을 서서 세프가 만드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하얀 요리 모자를 쓴 쉐프가 큰 철판위에 달걀을 풀어 각종 야채와 고기종류를 섞어 볶아 우리의 전이나 지지미같은 요리를 만들어 낸다.
‘방콕의 맛’은 ‘맵짜달시’(맵고 짜고 달고 신 맛)로 요약된다. 이 오묘한 맛의 대표적인 음식이 똠양꿈과 솜땀이다. 똠양꿈은 우리식으로 하면 매운탕이나 찌개류다. ‘꿈’이란 말이 새우를 뜻하기 때문에 강황, 카레, 매운 고춧가루, 계수나무 잎 등을 도기 포트에 넣어 만든다. 한창 끓으면 옆 쟁반에 준비되어 있는 껍질 벗긴 새우를 넣어 먹는다.
카레나 강황이 독특한 향이 어서 이국적인 맛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좋아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사진= 태국의 한 동네 길가에 있는 재래시장의 고기집 ⓒ데일리매거진
방콕주위 중남부지방에는 코코넛 밀크와 고추, 민트 등을 사용한 자극적인 요리가 많다. 중국인들도 많아 족발과 돼지고기가 맛있다. 인도에 사는 우리 교민들이 비행기로 방콕에 와서 엄청난 양의 돼지고기를 사서 간다는 말을 들었다. 열대지방 돼지고기가 기름이 적고 담백하다.
소고기는 주로 물소나 회색 소고기라 맛이 덜하다. 제주도 ‘똥돼지고기‘가 유명한 것은 더운 지방이라 육질이 좋기 때문이다.
솜땀(somtum)도 태국적이다. 우선 기본재료가 ‘그린 파파야’(green papaya)라 식감이 아삭하다. 이 그린 파파야가 익으면 호박과 수박의 중간 형태로 누렇게 되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과일이 된다. 풋풋한 그린파파야를 채를 썰어 여기에 태국소스라 할 수 있는 피쉬 소스를 뿌리고 땅콩가루까지 얹어 아삭거리는 맛을 더한다.
눈과 코, 미각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평가를 받는 음식이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그린파파야 재배에 성공해 앞으로 제주에서도 솜땀을 맛볼수 있게 됐다.
▲사진= 태국의 한 동네 길가에 있는 생선에 카레를 얹어 파는 재래시장의 좌판 모습 ⓒ데일리매거진
야채, 고기, 과일을 썰고 잘라 시각적으로 입맛을 돋운다. 시고 달고 짭짤한 맛이 혀를 자극하고 그린 파파야가 아식하며 ‘씹는 맛’까지 더한다. 전채요리여서 양이 많지 않아 여성들이 다이어트식으로 많이 찾는다. 보통 2명이 식탁에 낮으면 솜땀 한 접시를 먼저 먹고 간단한 쌀국수로 식사를 한다. 값도 싸 웬만한 길거리 식당에서는 50바트(1,500원 정도) 정도 한다. 태국요리는 다양한 향신료가 첨가되어 독특한 향미가 있다.
태국의 주종족인 떠이(thay)족이 중국 남서부에서 남하한 민족이어서 기본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중국식 냄비인 훠꿔(火鍋)요리에다 장류, 면류가 많다. 태국의 북쪽 창마이에는 중국인이나 소수민족들이 먹는 순대나 족발 등 기름진 육류요리가 발전했고 수코타이, 아유타야를 거쳐 남쪽으로 내려와서는 야채 과일, 민물고기와 바다생선 등을 많이 먹는다.
남쪽으로 올수록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짜고 신맛의 음식으로 발전했다. 음식이 상하지 않게 장류나 염장요리가 많다. 대표적인 방부효과가 뛰어난 소금이고 인도나 중국 쪽에서 들어온 후추 카레 강황 등을 많이 사용한다. 인도차이나 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국과 인도풍의 음식이 주류이지만 17세기이후 몰려온 유럽의 포루투갈 네델란드 영국 프랑스 등 서양의 전채음식이나 후식 종류도 다양하다.
▲사진=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알려진 '똠양꿈' ⓒ데일리매거진
태국 음식 맛의 기본은 양념과 소스에 있다. 미국 대학에 유학 갔다 온 중국계 태국인이 미국의 태국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했는데 “신선한 재료에다 소스만 잘 치고 섞으면 된다‘”라고 말해 웃은 적이 있다. 음식을 먹을 때도 식탁에 놓여있는 4개 필수 소스가 프릭본(고춧가루), 뚜어(땅콩가루), 남쏨프릭(고추를 얇게 저며 썰어 식초에 담가 놓은 것), 남쁠라(민물고기를 발효해 만든 간장으로 우리나라 젓국과 간장을 섞은 맛) 등이다. 이 남쁠라는 한국교민들은 김치 담글 때 주로 사용한다.
▲사진= 태국의 한 동네 길가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필자의 상차림 모습 ⓒ데일리매거진
입맛을 돋우기 위해 수프나 튀김 등에는 레몬글라스와 신선한 라임즙이 첨가된다. 역돔 튀김요리인 ‘파삼넛’에 고추와 사탕수수를 넣어 만든 달콤하고 매운 소스를 뿌려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이다. ‘카이야 사이’는 과일과 고기를 다진 속을 스펀지같이 부드러운 달걀부침으로 덮어 남쁠라 소스를 뿌린 음식으로 달콤한 맛이 간식으로 좋다.
더운 남부 태국에서는 원래 준비한 음식을 반상 또는 대나무나 원목으로 만든 바닥에 차려놓고 가족들이 빙 둘러앉아 손으로 먹었다. 열대의 기후여서 모든 음식을 식혀서 먹었다. 신선한 자연 재료를 잘게 썰어서 조리해 큰 그릇에 담아 ‘천끌랑’이라는 공용스푼을 사용해 각자의 식기에 덜어 개인 숟가락으로 덜어 먹기도 한다. 뜨거운 음식을 즐겨먹는 창마이 쪽이나 캄보디아와 라오스 국경에 가까운 북동쪽 지방은 중국인처럼 수저를 사용했다.
집사람과 같이 장기체류할 때는 음식점에 들어가면 겡기카오완, 겡펫, 가이팟바이갑로 등 낯선 이름들을 외우기는 커녕 발음자체가 힘들었다. 그래서 근처 길거리 시장에 나가 좌대에서 파는 음식을 골라 비닐봉지에 사와서 먹곤 했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재미도 있고 어떤 음식이든 대충 우리 입에 맞았다. 1끼에 100마트(3,000원)정도면 둘이 먹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입에 침이 고인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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