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방콕기행-⑩> 한태수교 60주년, 한류로 일본틈새 공략하기

남영진의 세상이야기 / 남영진 논설고문 / 2018-11-09 11:04:40
태국, 2012년 11월 한태정상회담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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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영진 논설고문


[데일리매거진= 남영진 논설고문] 4,5년간 태국을 다니다보니 요즘 태국 TV에 한국 드라마가 많이 줄었다. 3년전 방콕 시내 아파트에서 지낼 때는 해외용인 아리랑TV에서부터 YTN은 물론 KBS월드까지 다나와 서울에서보다 더 한국뉴스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한국 채널만이 아니라 태국의 3번에서 10번까지 일반채널에는 한국에서도 방영된 지 얼마 안 된 한국드라마나 엔터테인먼트 프로가 넘쳐나 외국에 있다는 생각을 잠깐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태국의 한국 바람은 사실 오래 안 됐다. 90년대까지 방콕을 들르면 호텔방에서 나오는 TV의 광고가 일본스타일 그대로였고 어린이용 만화영화는 태국어로 통역만 해서 방영됐다.

우리 70년대에 그랬듯이. 그러나 88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이후에는 <대장금> <1박2일> <런닝맨> 등 TV프로나 아이돌 가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태국주요 TV에 방영됐다. 여기엔 2PM의 태국인 아이돌 닉쿤의 인기도 한몫했다. 2017년도 양국 방문객수가 220만 명이 넘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런 한류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것은 수도 방콕이나 북부의 제2도시 치앙마이 등에 길에는 일본차의 범람이다. 미국 유럽은 물론 동남아에서는 이제 현대, 기아차가 일본의 토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차에 3분의 1정도는 눈에 띄는데 태국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태국이 ‘일본의 동남아수출 전진기지’라고 할만치 자동차에서부터 기계류 가전제품 각종 소비재까지 공장이 서있고 시장에도 일제가 판을 친다.


이는 태국과 일본 간 오랜 역사적 산물이다. 이미 일본의 에도막부는 17세기부터 방콕왕조의 전 왕조인 샴(SIAM) 왕국(아유타야왕조)과 무역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막부는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쇄국정책을 썼지만 큐슈의 서쪽 끝 나가사끼(長崎)에 네델란드 상관을 허용해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은 물론 인도까지 밀무역을 활발히 전개해왔다. 폐허가 된 아유타야시의 왕궁터의 박물관에는 당시 샴국의 수도 아유타야에서 차오프라야강을 따라 내려가 방콕만에서 베트남과 중국남부를 거쳐 일본과 조선의 부산(초량왜관)까지 왕복하는 무역로가 그려져 있다. 이때부터 태국과 일본은 무역을 해왔고 활을 만드는데 쓰인 물소뿔 침향 정향 등 일부 물품들은 초량왜관을 거쳐 조선까지 흘러 들어왔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41년부터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거쳐 베트남, 싱가폴을 점령하고 영국식민지인 말레이시아를 거쳐 버마로 쳐들어갔다. 동남아 중심에 자리 잡은 태국은 물자공급 전진기지로 삼아 방콕 차크리왕조와 상호협력협정을 맺었다. 일본군은 태국에 병참기자와 훈련소를 마련하고 영국군 전쟁포로를 이용해 버마와의 국경인 ‘콰이강의 다리’를 건설했다. 유명한 그 영화다.


2차대전 막바지 일본이 태국을 압박해 중립을 버리고 미국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라고 강요했지만 주미 태국대사가 문서를 전달하지 않고 미적대다가 종전을 맞았다. 태국은 재빨리 미국편으로 돌아선다.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되고 월맹과 라오스, 태국북부에 공산화가 진행되자 미국은 태국을 동남아 공산화를 막는 보루로 만든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미국의 참전을 계기로 친미국가인 필리핀과 태국이 16개국의 일원으로 유엔군에 합류했다. 태국은 육군은 물론 공군까지 참전했다. 이후 1958년 10월 공식수교를 맺어 올해가 수교 60주년이다. 북한과도 수교해 쌀이나 얌 등 잉여농산물을 수출했으나 유엔의 북한 경제제재에 동참해 거의 북한과의 관계가 끊어졌다. 2012년 11월 한태정상회담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태국에는 한국전 참전협회가 1952년 3월 태국 왕실의 후원과 국방부의 승인을 받아 방콕 시내 왕궁부근에 본부를 두고 전국 24개 지회를 두고 있다. 회원은 참전용사 1,000여 명 등 약 3,900여 명이다.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은 지난 10월이 협회를 방문해 피싯 케이트브롬(Pisit Kateburome, 60세) 부회장과 회원들을 만나 6.25 참전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10월10일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켜 신남방정책 추진에 태국을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 국가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태국은 한국전에 파병을 했던 아주 전통 우방국이다. 특히 쁘라윳 총리가 한국전 참전 최정예 태국부대인 21연대 지휘관을 지내 더욱 더 각별하게 느껴진다.”고 친근감을 나타냈다.


태국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6.12 북미정상회담 지지성명과 9.21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프라윳 총리는 태국이 아세안 의장국이 되는 내년이 한·아세안 관계 수립 30주년이라면서 신남방정책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아세안 및 메콩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협조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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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치앙마이에서 열린 한태수교 60주년 한국의 날 홍보책자 ⓒ데일리매거진

수교6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 축하행사가 벌어졌다. 지난6월 태국의 제2도시인 치앙마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의 날’행사에서 양국의 전통무용공연은 물론 전통무술인 무에타이, 태권도 시범단이 공연했다. 특히 이날 한류에 힘입어 한국의 인기가수 박보람의 팬사인회와 한국 태국 미얀마인으로 구성된 다국적 걸그룹 ‘로즈쿼츠’가 선보여 인파가 몰려들었다.


주한태국대사관 상무공사관은 지난달 롯데백화점 명동점에서 ‘Taste of Thailand(태국의 맛)’라는 슬로건 아래 태국물산전을 개최했다. 이곳에서 팟타이, 쏨땀, 풋팟퐁커리 등 태국의 대표 요리 15종을 50%까지 할인 판매했다. 부산에 있는 아세안문화원은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영화 속 색다른 태국 이야기'를 개최해 태국 역대 흥행 1위 '피막'등 상영회를 가졌다.


60주년을 계기로 양국의 문화, 인적교류가 태국은 물론 동남아국가들에 깊게 뿌리내린 일본풍 틈새를 뚫고 들어가 진정한 이웃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두 정상은 “양국 국민간 상호방문 규모가 지난해 220만 명에 이르렀다. 활발한 상호 인적교류는 지난 60년간 양국 우호협력의 기반이 되었다”며 앞으로 양국 간 인적·문화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아울러 양국 간 교역·투자 협력 확대의 잠재력이 크다며 태국 인프라 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 진출 등을 통해 태국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동부경제회랑(EEC) 인프라 개발 계획 △Thailand 4.0 정책이 우리의 신남방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신남방정책의 중요한 협력국이자 내년도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으로부터 우리의 신남방정책 및 한반도 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부경제회랑(Eastern Economic Corridor) 개발계획은 2017∼2021년간 방콕 동부 3개주(차청사오, 촌부리, 라용주)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발주해 외국 투자를 유치하는 계획이다. 타일랜드(Thailand) 4.0 정책은 태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1차 산업(농업), 2차 산업(제조업)과 3차 산업(서비스업) 전반에 ICT를 접목해 미래성장 산업으로 육성하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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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 대통령, 쁘라윳 태국 총리와 악수 [제공/연합뉴스]

양 정상은 마지막으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결과 등을 설명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내년도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의 지속적인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한·태국 정상회담은 수교 6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를 더욱 확대·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먼저 타이셀렉트 인증레스토랑 4곳이 참여해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태국요리를 선보였다. 더 깊은 태국의 맛 전달하는 계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웰빙 디저트인 프리미엄 코코넛 브랜드 올코코의 아이스크림과 푸딩, 다이어트에 좋은 바질시드 음료, 오리지날 타이밀크티 브랜드인 차뜨라므의 아이스크림과 밀크티를 판매했다. 똠얌꿍과 커리 등을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HMR(가정간편식) 등 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식품도 선보였다. 이 외에도 최근 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바디케어 &홈스파 브랜드 카오코탈라이푸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행사 기간 동안 3만 원 이상 제품을 구매한 고객 중 매일 선착순 10명에게는 태국여행 머스트쇼핑 상품으로 유명한 태국패션 브랜드 나라야의 파우치를 증정했다.


또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타이셀렉트, #테이스티오브타일랜드 등의 해시태그를 걸어 SNS에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롯데백화점 상품권, 타이셀렉트 인증레스토랑 이용권 등의 상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위라씨니 태국 상무관은 “태국과 한국은 수교가 이뤄진 60년 동안 물적 인적 교류로 상호 발전해왔다”며 “이번 태국물산전이 한국의 소비자에게 더 깊은 태국의 맛을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4일과 25일에는 오후 2시부터 각각 오락 영화 '배드 지니어스'와 로맨스 영화 '선생님의 일기'가 상영된다.


참가자들은 상영회 전 간단하게 태국 음식과 의상체험을 해볼 수도 있다.사)H2O품앗이운동본부(이사장 이경재)는 한국-태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10월 18일부터 25일까지 ‘Thank you From KOREA 품앗이 사절단’을 구성해 유엔 참전국인 태국을 방문하여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H2O품앗이운동본부가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다시 돌려준다’는 우리나라의 품앗이 정신을 가지고 6.25전쟁 유엔 참전국과의 품앗이 사업으로 추진하는 행사인 ‘Thank you From KOREA’(이하 TFK)는 2001년부터 매년 추진해 온 참전국 감사행사의 주요 사업으로, 필리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에 이어 올해는 태국을 방문했으며, 사절단에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전국 초중고 학생 7천여 명이 참여했다.


참여 학생들은‘한국전쟁 유엔 참전용사에게 감사편지쓰기’ 공모전에서 선발된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H2O품앗이운동본부가 각 부문 대상 수상자에게 항공비 및 체재비 전액을 지원했다.


한편, TFK 품앗이사절단은 태국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직접 만나 태국어로 감사 편지낭독과 공연, 세족식 등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한,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제68주년 태국군 한국전쟁 출정기념식, 참전용사후손 장 학금 전달식, 참전용사협회, 참전용사마을에 있는 태국품앗이학교 등을 방문해 60여 년 전 전쟁의 상흔에 지금까지 고통 받고 있는 노병들을 위로했다고 밝혔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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