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세상이야기/베트남 기행②] 서울–호치민 가교역 자임하는 득(DUC)사장

남영진의 세상이야기 / 남영진 논설고문 / 2019-01-25 11:25:08
한-베 친선의 ‘가교’(架橋)가 되어 주리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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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남영진 논설고문


[데일리매거진= 남영진 논설고문] 지난 2년간 한국에서 골프 칠 때는 ‘VIETNAM’이란 로고가 새겨진 초록색 모자를 썼다. 2년 전 여름 집사람과 함께 호치민을 방문했을 때 함께 치던 처남친구가 갑자기 회사일이 생겨 대타가 필요했다. 후배인 김태환 사장에게 말했더니 자기는 골프를 못 치니 다른 사람을 물색해보겠다며 베트남인 친구인 도안 후 득(Doan Huu Duc. 52세)사장이 가능한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득사장이 흔쾌히 합류해 셋이서 호치민서 2시간 거리인 룽탄골프장에서 18홀을 함께 돌았다.


끝나고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득사장은 젊을 때는 골프를 쳤는데 몇 년 전부터 시간을 너무 빼앗겨 골프를 끊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친구의 선배부부가 왔는데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다 해서 버려둔 골프채를 찾아 클럽하우스에서 모자를 사서 나왔다고 웃는다. 어쩐지 그의 모자가 새것이었다. 식사 후 그는 기념으로 새 모자를 선물로 주었다. 나도 그날 쓰던 헌 모자를 넘겨주었다. 그 모자가 맘에 들어 한국에서 줄곧 썼다.


지난해 성탄절연휴 때 호치민을 들러 3일간 2번을 만났다. 도착하는 날 저녁식사에 득사장이 도심의 베트남 식당인 ‘벱냐’에서 회사직원들과 지인 10여명과 한국인 7명 등을 초대해 환영회를 열어주었다. 한국인은 김태환 사장과 지인, 그리고 내 고교 대학후배, 한국일보 정민승특파원등 7명이었다. 박항서감독이 이끄는 축구팀이 스즈키컵을 따고 들어와 성탄절분위기와 함께 한껏 업이 된 때였다. 이때 초대된 베트남인 중에는 회사임원들 외에도 호아센대학교 디자인과 교수, 경제TV 보도국장, 비지니스 포럼대표, 책 저술자등 다양했다.


지난 5번의 만남에서 득사장의 이력과 현직을 들었으나 교수, 강사, 신용카드 사업자, 스타트업전문 컨설팅회사 대표, 메콩델타 개발포럼 대표 등 다양해 정확히는 잘 몰랐다. 이번에 돌아오기 전날 사무실에서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그의 9장으로 된 영문이력서를 받아보고 대충 그의 ‘정체’를 파악했지만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먼저 어떻게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를 물었다.


그는 1992년 25살 때 호치민대 경제학과에 이어 영문학 석사를 받고 ‘오리엔탈 스터디 그룹’에 참여했다. 주변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는 물론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호치민대에서 마케팅학 강의를 하면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컨설팅업체를 만들고 95년부터 3년간 풀브라이트장학생으로 미국 노스웨스턴대 MBA코스를 밟았다. 귀국해 본격적으로 컨설팅사업과 신용카드 사업, 그리고 IT비지니스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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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자가 휴대폰을 촬영한 김태환 사장 베트남인 친구인 도안 후 득(Doan Huu Duc. 52세)사장

그의 이력을 보면 공공섹터와 사적인 비즈니스가 잘 결합돼있다. 대학 강의와 중소기업의 스타트업지원이 연결되어 있고 미국 유학 후 돌아와 1998년-2003년 전국의 36개 지역의 공무원교육을 하면서 IT기술을 접목해 공공정책의 컨설팅을 담당했다. 이런 공로로 세계인명사전‘WHO’S WHO’에 이름이 올랐다. 그가 속한 사회단체만 해도 메콩델타 개발팀, 티엔장성 비즈니스 클럽, 가톨릭경제인회 그리고 사이공 타임즈 비즈니스클럽 2030등 다양하다.


사실 득사장과의 만남은 2년 전 골프장에서가 3번째였다. 6년 전부터 대학 교수라 방학 때마다 베트나항공을 타고 방콕에서 지내다 호치민이나 하노이를 들러올 때 김태환사장의 소개로 만났다. 당시 그를 대학교수로 소개했다. 미국과 베트남 수교 후 풀브라이트 장학생 1호로 미국 유학 후 돌아와 호치민대학 등에서 경영학과 마케팅을 강의하는 정도로 알았다.


미남형에 떡 잡힌 몸매가 남방보다 북방족 조상이었을 거로 보였다. 두 번째 방문 때 밤에 득사장의 생일파티가 도심 맥주바에서 있다고 김사장이 함께 참석할 것을 제의했다. 저녁에 바에 들어가니 스탠드에 남녀 10명의 축하객들로 붐볐다.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다보니 여행사사장 인론인 교사 가게주인 등 직업이 다양했다. 김사장은 나를 남겨두고 나가 30여 분만에 돌아왔다. 생일 케익을 파는 곳을 못찾아 고생했단다. 나중에 이 팀이 메콩지역의 띤장성 출신 그룹이라는 것을 알았다.


세 번째는 서울에서 잠깐 만났다. 여름 호치민서 생일파티를 할 때 베트남여행사를 하는 분이 이 팀이 가을에 서울에 온다는 얘기를 했다. 전화를 하라고 명함을 주었더니 진짜 가을 어느 날 득사장이 가이드를 통해 연락이 왔다. 3박4일의 그룹투어라 판문점 방문 등 일정이 짧아 그날이 마지막 밤이라는 것이다. 이번엔 만날 수 없을 것 같으니 인사라도 하려고 전화했다고 한다. 가이드에게 저녁일정을 물었더니 동대문의 두타와 밀리오레 등지서 쇼핑을 하는 자유시간이란다.


가이드에게 두타 앞에서 득사장 일행을 만나자고 부탁했다. 득사장을 포함해 9명 일행을 만나보니 여성들이 두타에서 쇼핑을 하는 2시간의 여유가 있단다. 저녁도 먹고 주변에 갈 곳이 마땅찮아 대학 때 가끔 가던 동대문시장까지 10여분 걸어 시장안 허름한 돼지고기 깡통구이 집에 둘러앉았다. 여름 호치민에서 만난 띤장성 출신 친구들과 반갑게 쏘주를 들이켰다. 얼굴 벌건 상태로 득사장의 부인과 아들을 만났다. 고교생 아들의 한국에 대한 질문에 참 독똑하다고 느꼈다. 이 아들이 지난해 영국의 캠브리지대학에 들어갔단다. 앞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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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호치민서 2시간 거리인 룽탄골프장에서 골프를 끝내고 클럽하우스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모습 필자는 사진 좌측에 뒤쪽에 반팔의 티셔츠 입고 있다.

이번에 가본 호치민시 도심은 벌써 4년전부터 시작한 지하철공사로 북적인다. 평소에도 늘어난 자동차에 전통적인 오토바이 난폭운전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여기에 도로 곳곳을 를 막아놓고 벌이는 지하철공사 소음까지 겹쳐 관광객들은 작은 도로로 다녀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지난해 성탄절 연휴 호치민을 다녀올 때는 도심 1구역의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벤탄지역의 트립 부티끄호텔에 묵었다.


부킹.컴에서 찾아 예약한 2성급호텔이지만 서울 남대문시장 같은 벤탄시장이 가깝다. 알고보니 유일한 베트남인 친구 득사장의 새 사무실이 도보 10분 거리여서 잘 골랐다 싶었다. 우리 부부는 2년전 탄손나트공항 근처 득사장의 VCG사무실에서 부인과 직원들이 손수 만든 맛난 음식으로 환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참석한 저자로부터 받은 ‘Mekong, from aroma to taste’를 보고 이들의 음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알았다. 나는 베트남 음식이 입에 맞아 한국과 베트남 생활문화의 유사성을 강하게 느낀다.


득사장의 공사(公私) 양 영역에서의 다양한 관심이 그간 김사장과의 사적인 ‘의리’(義理)를 바탕으로 앞으로 공적으로도 한-베 친선의 ‘가교’(架橋)가 되어 주리라 기대한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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