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세상이야기/베트남-호치민 기행⑥] 베트남의 주류음식은 역시 쌀국수 포(phở)와 분짜

남영진의 세상이야기 / 남영진 논설고문 / 2019-03-25 11:01:57
쌀국수 포(pho)맛 볼 수 있는 우리 칼국수같은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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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영진 논설고문


[데일리매거진=남영진 논설고문] 태국 방콕을 대표하는 음식이 똠양꿈(매운 새우찌개)과 팟타이(굴 달걀지짐)라면 베트남 음식의 주류는 역시 쌀국수다. 그것도 아무 음식점(포 pho)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우리 칼국수같은 음식이다.

쌀이 많이 나는 두 나라에서는 밀가루 국수대신에 쌀국수가 주식이다.


방콕의 일반 식당에서 똠양꿈이나 팟타이를 시켜 맥주 한잔 먹고 나면 마지막엔 간단한 쌀국수로 밥을 대신한다.


베트남 초등학교 앞 좌판에서 쌀국수로 아침을 먹여 학교로 들여보내는 장면이 이색적이었다.

쌀국수는 역시 베트남 쪽이 더 푸짐하다. 거리음식이 발달한 방콕에서는 포장마차에서 우리나라 돈으로 2-3천원이면 쌀국수를 먹을 수 있다. 호치민에서는 길거리 포장마차가 거의 없어 정식 식당에서 쌀국수의 일종인 ‘포’나 ‘분짜’를 시키면 3-4천원 정도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나오는 내용은 전혀 다르다.


방콕에서는 피쉬소스나 고춧가루정도가 비치돼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숙주나 향채나물 그리고 느억맘(nước mắm, 액젓) 등이 따라 나온다.


당연히 유명세를 탄 식당들이 있다. 한국인들을 비롯해 미국, 유럽관광객들이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베트남 방문 때 들렀다는 호치민의 ‘PHO 2000’식당과 하노이의 분짜식당이다. 지난해 말 성탄절을 전후해 방문했던 호치민의 벤탄시장 거리에 있는 ‘포 2000’을 후배의 안내로 찾아갔다. 1층 카페를 거쳐 식당에 들어서니 역시 카페처럼 깨끗했다. 백인관광객들이 많이 자리 잡고 앉아 벽에 붙은 클린턴대통령 방문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식당에서 사진 찍는 건 동 서양인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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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자가 현지에서 촬영한 클린턴이 방문해 유명세를 탄 벤탄거리의 PHO2000 쌀국수식당 ⓒ데일리매거진

종업원이 일회용 물티슈와 메뉴를 가져오자 후배가 내가 좋아하는 포보(쇠고기쌀국수)를 시키고 자기는 포가(닭고기국수)를 시켰다. 메뉴를 자세히 읽어보고 다른 추가음식을 살펴보는데 시키고 5분 안에 음식이 나왔다. 가격은 75,000동 (약 3,700원) 정도였다. 물티슈 3,000동에 베트남맥주 1병 시키면 1인당 10만동(약 5천원) 정도면 괜찮은 식사가 된다.


쌀국수에 취향에 맞게 라임과 고추기름을 넣고 따로 나오는 숙주나물과 향이 진한 고수를 따로 준다.


나는 숙주와 고수만 넣어서 먹었다. 한국 사람들은 콩나물을 주로 먹지만 일본이나 동남아에서는 녹두 나물인 숙주를 주로 먹는다. 서양에서도 콩나물이 죽은 뒤 혼령을 그릴 때 쓰는 형태와 비슷하다 해서 콩이 달려있는 콩나물은 잘 안 먹는다. 숙주나물은 녹두콩 자체가 작고 영양분이 새로 자란 뿌리줄기 쪽으로 옮겨 붙어 거의 콩 부분이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콩나물보다는 숙주나물을 많이 먹는다.


우리는 숙주나물을 그냥 먹지 않는다. 대부분 끓는 물에 삶아 풀이 죽은 나물을 소금이나 간장에 버무린다.


내가 좋아하는 쇠고기 쌀국수는 고기향이 진한 육수를 쓴다. 주로 차돌배기를 삶아 국수위에 얹어 나오는데 진하지만 담백하다. 여기에 숙주나물을 얹으면 금방 풀이 죽어 먹기가 좋다, 숙주나물이 생짜로는 콩나물보다 비린내가 많이 나지만 육수에 들어가면 금방 풀이 죽고 부드러워져 먹기가 좋다.


문제는 우리나라말로 ‘고수’인 향채나물이다. 때로는 박하풀을 주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우리 입맛에는 강하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는 소화에 좋다 해서 음식에 많이 곁들여 먹는다.


동남아 도시에서는 보통 조식은 호텔요금에 포함돼 뷔페식으로 빵 쌀국수를 비롯해 동 서양식, 현지식이 다 있어 좋다. 점심식사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관광후 간단히 쌀국수로 해결한다. 한국 쌀국수 집보다 맛있긴 하다.


포(phở)는 베트남 북부 지방 하노이 남딘(Nam Định)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프랑스 음식 포토푀(pot au feu)에서 유래되었다는 등의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정확하게 개발된 시기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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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자가 현지에서 촬영한 분짜에 어울리는 베트남 보드카 Men ⓒ데일리매거진

더운 오후에는 더운 국물이라 잘 안 먹어 유명한 식당이나 노점에서는 이른 아침, 점심에 판매가 마감되기도 한다. 포의 발음은 현제에서 들어보면 ‘포(fo)’ 보다는 ‘퍼(fuh)’에 더 가깝다. 사전적인 의미가 ‘쌀국수’지만 식당이라는 뜻도 있다. 나는 우리말과 같이 베트남어의 70%가 한자어여서 먹는다는 의미의 포(飽)가 아닐까 생각한다. 포식(飽食)의 포가 아닐까 ?


그래서 나도 베트남 사람들이 반박하는 프랑스 유래설을 부정한다. 베트남 민족은 홍강유역의 하노이평야와 호치민이 있는 메콩강 하구 논에서 3모작 쌀농사를 지어 풍부한 쌀로 옛부터 국수를 많이 먹었다. 이런 먹거리에 프랑스 식민시대 향신료등이 추가된 지금의 쌀국수가 됐다는 주장이다.


하노이 남쪽 남딘 지방의 반쿠(Vân Cù) 마을에서부터 시작해 하노이 꺼우고(Cầu Gỗ) 거리의 베트남 식당과 버호(Bờ Hồ) 정류장 앞의 중국인 식당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팔기 시작했다고 주장이다. 1946년 발발한 베트남의 30년 전쟁으로 북쪽 주민들이 남쪽으로 이동하게 되어 남부 지방으로 확산됐다. 1974년 하노이가 호치민을 통일한 뒤 남부의 고유하고 다양한 식재료와 소스가 더해지면서 전역으로 확대됐다.


또한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난 베트남 ‘보트 피플’들이 미국, 프랑스, 호주 등으로 이주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1990년대 초, 미국과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미국에도 퍼져 2011년 CNN에서 “세계 50대 음식”으로 선정될 정도였다.


우리나라에도 서울 명동거리에 70년대 말 베트남인들이 만든 ‘베트남 쌀국수’식당이 처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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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식사장면이 담기 사진(빨간색 원)을 뒷 배경으로 호치민 쌀국수 식당 pho2000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필자의 모습 ⓒ데일리매거진

미국의 오바마대통령이 하노이서 먹었다는 다른 쌀국수인 분짜는 숫불로 구운 돼지고기를 넣어 맛과 향이 찐하다.‘분’(bún)은 원통형의 굵은 쌀국수 면이고 ‘짜’(chả)는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완자다. 분짜는 라임과 그린 파파야를 넣어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차가운 생선소스 국물에 쌀국수와 돼지고기, 생채소를 적셔 먹는다.


쌀국수와 돼지고기를 함께 쌀로 만든 종이쌈에 싸 먹기도 한다. 분짜는 우리나라 돼지고기 석쇠구이맛이 강해 저녁식사에 베트남 보드카인 멘(Men)을 곁들이면 제 맛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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