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과도한 재정 부담 문제로 노사의 임단협 협상 파열음

경제일반 / 이재만 기자 / 2025-05-26 09:28:16
-노사 양측이 이견을 좀처럼 못 좁히고 있는 통상임금 쟁점
▲ 사진=서울 광화문의 한 버스정류장 전광판에 준법투쟁 재개로 인한 운행지연 안내문구 [제공/연합뉴스]

 

서울 시내버스의 준공영제가 서울시와 버스 노사 등 당사자 간 갈등이 한꺼번에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업체의 적자를 메워주는 대신 취약지역 노선을 유지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안정적인 버스 운행이 가능하고 운수회사가 수익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돼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는 장점이 있으나 과도한 재정 부담 누적, 민간자본 유입에 의한 공공성 훼손 등은 한계로 지적돼왔다.

과도한 재정 부담 문제는 이번에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파열음을 내면서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노사 양측이 이견을 좀처럼 못 좁히고 있는 통상임금 쟁점이 있다.

25일 서울시와 버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사측은 지난해 12월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맞춰 이번 임단협에서 임금체계를 개편해 통상임금 수준을 낮추자고 노조에 제안했다.

시는 기존 임금체계를 유지해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반영하고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안(8.2%)을 모두 수용하면 월평균 임금이 약 25% 오르고, 운전직 인건비 총액은 1조6천18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 경우 예산은 2천800억원가량 추가로 필요하며, 재정 투입을 늘리지 않고 요금 인상으로 모두 충당한다면 현재 1천500원인 요금을 1천800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는 통상임금 문제는 법원에서 해결해야 하므로 이번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2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기상여금 등을 먼저 포기하라거나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하지 않으면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사측 입장은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사진=서울 시내버스노사, 임단협 막판 협상 [제공/연합뉴스]

이러한 대치 상황은 표면적으로는 임금을 둘러싼 것이지만, 준공영제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일 민영제였다면 시내버스 운수사는 인건비가 80%를 차지하므로 통상임금 인상분의 임금을 그대로 지급할 경우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

노조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협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준공영제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시가 어떻게든 재정 지원을 할 것이란 믿음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폐업과 같이 노사 양쪽에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보다는 경직된 협상으로 치닫기 쉬운 환경인 셈이다.

재정 지원이 계속되는 동안 버스 영업손실이 악화한 상황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시는 시내버스에 최근 4년간 총 2조4천790억원의 재정지원금을 투입했는데 운송수지는 2020년 -6천784억원, 2021년 -7천489억원, 2022년 -8천571억원 등 해가 갈수록 손실 폭이 커졌다.

코로나19 영향이 거의 없어진 2023년에도 5천838억원 손실을 낸 것을 두고 재정 지원에 의존해 방만 운영이 심각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훈 대한교통학회 회장은 "현 준공영제는 '한국형'으로, 노선을 몇 개씩 묶어 세밀한 수익 분석에 따라 재정을 지원하는 '노선입찰제' 방식을 채택한 유럽 등의 준공영제와는 다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1년 전에는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한국형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문제가 계속된 만큼 중간에 바꾸려고 노력해야 했다"며 "다른 지자체도 서울시의 준공영제를 차용했기에 같은 한계를 안고 있으므로 한국형 준공영제 방식을 계속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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